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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한 진짜 이유

27일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 연출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한 것이다. 그들은 국방위원장실의 출입을 물리적으로 통제했고, 김 위원장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감금당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사연은 이랬다.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으로 이틀째 국감이 열리지 않자 김 위원장은 고심 끝에 국감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같은 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저는 오늘부터 국정 감사에 임하기로 했다" "제가 생각해왔던 의회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는 그저 제 양심과 소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을 줄기차게 해왔다. 저는 저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소영웅주의가 아니다. 그저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당론을 깨고 국감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발칵 뒤집혔다. 김 위원장의 국감 복귀 선언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결사항전을 선언한 당의 대오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오전 내내 대책 마련에 분주했고, 그 사이 김무성 전 대표와 김성태, 조원진, 주광덕, 김도읍 의원 등은 국방위원장실로 찾아가 문을 걸어잠근 채 김 위원장 설득에 나섰다. 결국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김 위원장은 국감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날 오후. 홍역을 치른 김 위원장의 입장 표현이 있었다. 그는 "의회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하면서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걷어찰 수 없다는 게 소신"이라며 오는 29일 열리는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사회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의원을 감금하는 초유의 해프닝이 다시 재연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오마이뉴스


실제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의 국감 복귀 선언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같은 날 열렸던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정진석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결속을 단단히 주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우리가 그토록 지켜야 하는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단일대오를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정 원내대표가 강조한, 그들이 그토록 지켜야 하는 '원칙'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정현 대표가 단식농성을 벌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터이고,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당론이라는 것이 아주 요상하다. 국회 파행을 불사하면서까지 새누리당이 강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법의 의사일정 변경 규정(국회법 77)을 임의대로 해석해 해임건의안을 상정시켰고, 이를 야당이 날치기 처리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 의장이 이 과정에서 국회법을 어기고 노골적으로 야당 편을 들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일관된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분노가 정 의장에게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정 의장을 향한 새누리당의 격한 감정은 그들이 토해내는 과격한 어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인 정 의장을 가리켜 "의회주의를 파괴한 날치기 주동자"(정진석 원내대표), "그 독재자를 반드시 척결해야"(김순례 의원), "뒷골목에서 청부업자들이나 할 수 있는"(조원진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당리당략만 쫓는 정치꾼"(이장우 의원)이라 말하는 등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 문제삼고 있는 국회법 77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의장은 회기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안건추가·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는 규정의 협의방식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국회의장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국회의장의 권한에 의해 일정 변경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새누리당이 집중 공세를 펴고 있는 '협의'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결정은 궁극적으로 국회의장이 한다'며 협의 방식의 결정권 역시 국회의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새누리당이 빈약한 논거를 앞세워 정 의장을 향해 과도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백 번 양보해 정 의장의 해임건의안 상정과 야당의 표결처리가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국회의원의 직분을 갖고 있는 이상 국회 내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마땅한 일이다.

하물며 지금은 국회가 행정부와 국가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국정감사 기간이다. 국정감사는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자 1년에 한번 실시되는 국회의 꽃"이다. 이처럼 막중한 국회의 책무인 국정감사를 거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새누리당을 멘붕에 빠트리고 있는 김 위원장은 국감 복귀가 양심과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적어도 그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적시한 헌법 46 2항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모습은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양심과 소신에 따른 동료 의원의 의정활동마저 실력행사로 저지시키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자신의 행위가 당론과 배치된다 할지라도 양심에 따라 국정감사의 복귀를 선언한 김 위원장의 결단은 가히 이 나라 국회의원들의 귀감이라 평가할 만하다. 아직도 터무니없는 당론과 국회의원의 직무 사이에서 '뭣이 중한지'를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다면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소신을 눈여겨 보기를 바란다. 의회민주주의는 그리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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