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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씨

세계일보가 최초 보도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이 문건을 언론사로 유출한 사람은 얼마전 자살한 최 모 경위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다는 통설이 그대로 입증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에게 수사의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검찰에게는 윗선의 검사를 받고 사건의 수사방향과 수위를 결정하는 불문률이 있다. 비굴하게도 언제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검찰로서는 청와대발 가이드라인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비선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개입된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명예훼손 사건과 문건 유출 사건으로 나누어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의 발표는 이날 오전에 있었던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자마자 득달같이 나온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근거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발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이 사건을 두 군데로 나누어 배당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세계일보의 보도와 관련된 명예훼손 사건은 형사 1부에, 문건 유출 사건은 특수 2부에 배당했다.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력이 집중되어 있는 특수부에 배당했다는 것은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의 촛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유출된 문건을 "찌라시"라 단정하고, 국정개입 의혹을 "근거없고 말도 안되는 얘기들"로 규정한 이상 검찰은 문건의 허위를 입증하는 쪽으로 수사방향을 정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정권의 눈밖에 나면 검찰총장의 목도 대번에 날아가는 세상이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가 온전히 밝혀지리라 믿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세상인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하는 검찰이 그 시간에 사건을 윗선의 입맛에 맞게 짜맞추고 있어야 하니 검찰로서도 고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실상 이를 문건 유출에 집중하라며 가이드라인을 하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 충실할 수 밖에 없었던 검찰의 수사는 애초에 수사방향이 잘못 설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수사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는 대다수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동했다.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십상시'라 명명된 비선 실세가 국정에 실제로 개입했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있다. 청와대 내부 문건의 유출 경위와 과정은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런데 검찰은 정작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핵심은 제껴두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가려운 곳만 긁어주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문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검찰의 문건 유출 수사에도 불구하고 숨진 최경위가 문건을 언론사에 유포한 동기와 그 배후는 누구인가, 찌라시에 불과한 문건에 청와대가 최경위를 회유하고 겁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경위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고인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최경위의 죽음으로 자신들이 끼워 맞추어야 할 난해한 퍼즐의 상당부분이 해소되었다는 측면을 제외하면 검찰수사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다. 언론의 의혹제기 및 관련사실 보도와 검찰의 수사결과는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그동안 검찰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고만장해 지고 한없이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이런 검찰이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그) 앞에서만 서면 X마려운 개마냥 꼬리를 내리며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저들에게는 정의와 공의, 원칙과 소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모양이다.


검찰은 국민들 10명 중 7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검찰의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시하기 바란다. 도대체 언제까지 권력의 시녀, 권력의 개, 정치검찰 등의 모욕을 받으며 권력에 기생할 것인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 수사로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또 다시 뒤집어 써야 할 검찰, 그들의 존재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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