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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력의 생얼 드러낸 김진태의 망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강원 춘천시)이 또 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4일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다그는 이 자리에서 신속한 부검을 요청하며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머리를 다쳤는데 안와골절도 있었다. 물대포 하나 갖고 어떻게 두 곳에 (문제가 생기냐). 물대포를 맞고 바로 뼈가 부러지냐. 보통 상상하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물대포가 직접적 사인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사인 규명을 위해서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관련 사실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김 의원을 향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공권력에 희생당한 고인에 대한 도리를 망각한 채 국가폭력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권력의 대리인을 향한 이유있는 분노일 것이다.

안와골절이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안와골이 어떤 원인에 의해 부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고 당시 고 백남기 농민은 급성 경막하 출혈과 함께 안와골절이 동반된 상태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백남기 농민은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긴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맞고 쓰러진 이후에도 20초 이상 물대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그는 이때의 충격으로 급성 경막하 출혈과 안와골 함몰 및 시신경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 오마이뉴스


고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린 물대포의 위력은 얼마나 될까. <JTBC 뉴스룸>에서는 지난 2015 11 17일자 뉴스에서 물대포의 위력을 시연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당시 물대포의 압력을 6기압(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 압력은 10기압) 정도로 낮춰 20미터, 15미터, 10미터, 5미터의 거리에서 실험을 한 결과, 기자는 15미터의 거리에서는 주먹에 맞은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고, 5미터의 거리에서는 기절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10기압이라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관련기사 : '물대포 위력' 어느 정도일까? 취재팀이 맞아보니)

<한겨레>는 물대포의 위력를 다른 각도에서 짚어보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 2015 11 20일 기사에서 전산유체역학 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고 백남기 농민에게 사용된 물대포의 위력을 조명했다. 전산유체역학은 동적인 움직임을 컴퓨터를 이용해 수치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항공, 선박, 자동차 등의 바람에 의한 저항을 측정할 때 사용된다.

전산유체역학으로 계산한 결과 10미터 거리에서 3000rpm으로 물대포를 쐈을 때의 측정값은 가라데 선수의 펀치를 정면에서 맞는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실험을 했던 전문가는 "10% 내외의 오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걸 국민에게 쏘는 건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물대포의 가공할 위력을 환기시켰다. 또한 <한겨레> "사람에 대고 조준사격한다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다"라는 전직 살수차 납품업체 직원의 증언도 함께 전했다. (관련 기사 : 백씨 쓰러뜨린 '물대포', 가라데 선수 '펀치' 정면서 맞는 수준)

 

사망진단서 논란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 백선하 교수 역시 물대포의 위력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소견을 나타낸 바 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11.14 물포 피해 농민사건 기초조사 보고' 자료에 따르면 백 교수는 사건 직후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이며, 그냥 서 있다가 넘어질 때 생기는 상처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종합해 보면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20초가 넘게 직사 살수에 노출(이 과정에서 경찰은 노인구호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됐고, 이것이 뇌진탕과 뇌출혈, 안와골절의 직접적 원인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물대포로 인해 머리 손상과 안와골절이 함께 생긴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아주 비상식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가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안은 본디 '공공의 안녕'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안이 그 '공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공안은 '공공의 안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안녕'을 지칭한다. 이를 바탕으로 김 의원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그가 왜 이처럼 몰상식한 주장을 펴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 오마이뉴스


김 의원의 문제적 발언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3년 6월 17일 법사위 법무부 현안보고 자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과 관련해 운동권 출신의 검사가 공소장을 제출한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문제삼는가 하면, 2014년 11월 12일에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변이 없어져야 우리 사회가 정말 민주사회가 된다며 민변이 변론활동을 빙자해 반역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11월 13일에는 박 대통령의 파리 순방 중 현지 교민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시위'를 열자, 시위한 사람들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며 법무부를 동원해 채증 사진을 찍어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2015년 4월 2일에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며 선체 인양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설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2014 4월 13일에는 무인기 논란 과정 중 정 의원을 향해 "미치도록 친북이 하고 싶다. 최고 존엄이 다스리는 주체의 나라에서 이런 짓을 할 리 없다. 미치도록 대한민국이 싫다.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것은 다 조작이다 = 정청래 생각, 너의 조국으로 가라 = 진태 생각"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2013년 4월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일부 야당 의원들을 '종북성향'으로 규정하는 등 김 의원의 막말 논란은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공안검사 시절의 '김진태'와 국회의원 '김진태'의 역할이 대동소이하다는 뜻이다. 직책만 검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바꾸었을 뿐 정권의 안위와 유지를 위한 그의 역할극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했던 운동권을 솎아내던 그는 어느새 정권의 부정과 비리, 의혹을 엄호하는 충실한 대리인이 되어 있다.

운동권은 박멸의 대상일 뿐이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사회는 '미치도록 친북이 하고 싶은' 종북세력일 뿐이며, 대통령과 정부, 새누리당을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선으로 인식하는 김 의원이 부당한 공권력에 희생당한 고 백남기 농민과 유족의 심정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물대포에 맞는다고 뼈가 부러지지 않는다는 반인륜적인 발언이 서슴없이 튀어 나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김 의원의 발언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김 의원의 몰지각과 무개념을 성토하는 비난 일색이다. 김 의원의 망언에 대한 인류 보편적 감정들이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것이리라. 개중에는 이런 의견도 눈에 띈다. 직접 맞아 보라고. 고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한 번 맞아 보라고. 그래서 김 의원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국민에게 입증해 보이라고.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어느새 시민들의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기막힌 것은 현 집권여당에는 김 의원과 같은 인식을 지닌 동료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국가적 아픔과 국민적 슬픔이 공존해야 할 자리마다 이해할 수 없는 소음과 공해가 난무하고 있는 이유다. 무도한 국가권력과 그 대리인들이 경쟁하듯 보여주고 있는 낯뜨거운 '생얼'이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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