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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상회 합의? 똥볼 제대로 날린 민주당

ⓒ 오마이뉴스

 

짧게 쓴다. 모래를 씁은 듯 기분이 엿같아 길게 쓰고 싶은 생각도 없다.

 

민주당과 자한당이 국회정상화에 합의했다. 정개특위·사개특위 등 특위 활동은 연장하되, 한국당 몫의 위원장을 배분하겠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말이 좋아 합의지 기득권 양당의 패권 행태가 극명히 드러난 졸렬한 야합이다. 특히 민주당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마지막 순간에 '똥볼'을 날려 자신들의 무능과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번 야합으로 민주당이 잃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자한당이 심상장 위원장의 교체를 국회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명료하다. 선거제도 개혁 뭉개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상식적 떼쓰기와 몽니로 일관해온 자한당은 눈엣가시같은 심 위원장을 제거함으로써 선거제 개혁을 좌초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둘째 자한당의 기를 살려줬다. 이미 여론 악화로 자한당은 코너로 몰리는 형국이었다. 당내에서도 무조건 등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었다. 명분 없는 장외투쟁과 등원 거부가 삼개월 가량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누적돼갔고, 그 화살이 자한당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도 어차피 자한당은 백기투항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숨통을 민주당이 열어줬다. 민주당은 국회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음의 극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를 복기해 보면 민주당이 얼마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인지 이내 드러난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자한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횟수만 무려 19번이다. 거의 두 달에 한 본 꼴로 국회를 파기시킨 셈이다. 문 정부 이후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대통령과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판만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자한당이 국회에 들어온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이 그 방증이다. 정권 유지를 위해 북에 총 쏴달라 했던 집단이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부정선거를 획책한 정권의 공동정범들이다. 정권 탈환을 위해서라면 안할 것이, 못할 것이 없는 정당이다. 그런 자들이 순순히 국정의 동반자가 돼 줄까. 누구 말마냥 원팀이 되어 줄까. 차라리 고목나무에 꽃이 피길 바래라. 지나가는 개가 웃는다.

 

셋째,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우군을 잃었다. 민주당은 (백기투항 일보직전인) 자한당을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실질적인 국정 파트너이면서 지원군이었던 정의당을 '팽'시켰다. 그것도 사전 협의는커녕 언질도 없이. 굳이 정치 도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졸렬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적군과의 협상을 위해 아군의 등에 비수를 꽃은 셈이니 어찌 아니 그럴까. 시정잡배나 할 법한 파렴치한 짓에 몸소리가 친다.

 

믿었던 민주당이 뒷통수를 치자 정의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그나마 민주당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정의당과 평화당 등과의 공조가 원활히 이뤄진 덕분이었다. 특히 정의당의 역할이 컸다. 정의당은 정부여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우산이 되어주기도 하고, 스피커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정상화 명목으로 심 위원장을 찍어냄으로써 공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를 범했다. 자한당의 반대기조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조 없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민주당은 우군의 등에 칼을 꽃은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넷째, 민주당은 그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기득권 정당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선거제 개혁은 그 어떤 시대적 과제보다 우선하는 정치·사회개혁의 핵심이자 요체다. 단순다수제인 현행 선거제도의  폐해를 없앨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와 요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할 수 있어 민의를 충실히 국회에 반영할 수 있다. 노무현과 노회찬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야합으로 선거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게 됐다. 자한당 핑계를 대고 있지만 민주당 역시 선거제 개혁이 달라울 리는 없는 입장이다. 연동형 선거제 개혁이 이뤄질 경우 민주당의 의석수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자한당이 선거제 개혁을 반대해 온, 그리고 민주당이 미적거려 온 배경이다.

 

민주당이 착각 혹은 오판을 한 이면에는 이와 같은 기득권 방어 논리가 작용한 듯 보인다. 거대 양당이 특위 위원장을 양분하게 되면 20대 국회 안에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소기의 성과를 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특히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제 개편은 사실상 종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상대가 자한당이다. 뭘 더 기대하겠는가.

 

민주당은 이번 합의(일단 합의라 해 두자)를 통해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자평 할지도 모르겠다. 오랜 국회파행을 끝내고 비로소 국회를 정상화시켰다고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결정의 이해득실은 안 봐도 비디오다. 민주당은 얻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선거제 개혁의 동력이 완전히 소진되었음은 물론이다.

 

어리석다. 정말 바보같다. 과연 시민들이 민주당의 결단에 박수를 쳐줄 것 같은가. 아니다. 외려 걷잡을 수 없는 비토가 터져 나올 것이다. 자살골도 이런 자살골이 없다. 세상에나, 오매불망 민주당 정권의 전복을 꿈꾸고 있는 자한당과의 합의라니. 대체 누가 이런 바보 같은 합의를 하라고 했나. 선거제 개혁의 선봉장이었던 뛰어난 장수의 목을 베고 적을 끌어들인 민주당. 무모한건가 아니면 무지한건가.

 

이번 합의의 승자는 자한당이다. 자한당만 웃었다. 어쩌면 그들은 이렇게 되뇌이고 있을지 모른다. '고마워요, 민주당'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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