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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원 직원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의 실체

입가경()이다. 시간이 갈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이 고사대로 국정원의 불법해킹 논란이 흘러가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국정원은 문제의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연구 개발용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일 뿐 민간인에 대한 사찰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북한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국정원의 해명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천인공노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간첩조작사건, 민간인 사찰에 대한 학습효과가 너무 강렬했던 탓이었다. 그만큼 국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인 걸 보면 그동안 자행해 온 국정원의 거짓과 공작에 얼마나 진절머리가 났는지 헤아리고도 남을 지경이다.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충격적인 자살 사건 이후에도 국정원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표하면서도 그의 자살을 석연치 않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유서 속에는 그가 자살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유서는 유서라기 보다는 반성문에 가까웠고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을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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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씨의 자살 이후 국정원은 즉각적으로 국정원 요원들 명의의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동성명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상당수의 직원들은 내용조차 알지 못했고 직원 성명을 제대로 회람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국가정보기관의 공동성명문이 어디까지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원이 준비한 회심의 카드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했다. 그리고 임모씨의 죽음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불거져 나왔다. 급기야 임모씨가 자살하기 직전까지 국정원 내부의 강도 높은 특별감찰을 받고 있었고, 숨진 당일에도 감찰을 받을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이로 인해 그의 죽음에 국정원의 고강도 감찰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지난 21일 온라인에서는 경찰이 제출한 CCTV에 담긴 차량과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의 외관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둘러싼 뜨거운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그리고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 최고의원은 이를 정치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전병헌 최고의원과 네티즌들은 문제의 차량이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찰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전병헌 최고의원과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들은 크게 세 가지다.  CCTV에 찍힌 차량과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이 번호판의 색깔과 형태, 범퍼의 가이드 유무, 차량 위의 안테나 유무가 서로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전병헌 최고의원과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두 대의 차량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발견된 차량의 번호판은 녹색이고 범퍼에 가이드가 있는데 반해 CCTV 화면 속 번호판은 흰색에다 가이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발견된 차량 위에는 안테나가 달려 있는데 CCTV 속 차량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도 다르다. 그러나 경찰은 번호판의 경우 빛의 반사로 인한 착시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범퍼의 가이드 역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며 논란의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두 대의 차량이 다르다는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파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의 해명대로 빛의 각도에 따라, CCTV의 해상도에 따라 번호판의 색깔과 가이드와 안테나의 유무가 달리 보일 수도 있겠지만 드러난 영상 속에는 두 차량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이드와 안테나의 경우는 빛의 각도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유무가 분명하다. 


어제는 국정원이 임모씨의 실종 당시 임모씨의 부인에게 거짓 신고를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정원은 사고 당일 오전 8시 무렵 임모씨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왜 아직도 안 나왔냐"고 물었고, 이어 감찰반 조사가 예정되어 있는 10시 경에 다시 전화를 걸어 "즉시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라"며 "실종 사유는 '부부싸움으로 집을 나갔다' 정도로 하고 위치 추적도 요청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종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국정원이 임모씨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이처럼 정국을 집어 삼키고 있는 국정원의 불법해킹 논란은 그들이 해명하면 할수록 이를 뒤집는 새로운 주장들과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국정원과 그들을 비호하기에 여념이 없는 새누리당을 점점 더 곤란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사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국정원의 행태는 이병호 국정원장이 이 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원에서 출석했던 지난 14일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이병호 국정원장은 2012년 1월과 7월 '해킹팀'에서 10명씩 20명분의 해킹용 소프트웨어인 RCS를 구입했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에 불과했다. 해명한 지 하루 만에 국정원이 대선을 불과 11일 앞둔 지난 2012년 12월 6일 RCS 30개를 추가로 구입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처음부터 거짓말로 부인했던 국정원은 이후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로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입에 담기에도 무서운 음모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음모론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불신을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다. 국정원의 불법 해킹 논란과 임모씨의 자살을 둘러싼 음모론이야말로 이 비밀스런 조직이 얼마나 국민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는 집단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음모론까지 등장한 이상, 명확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철처한 진상 규명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불신이야말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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