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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의당 전당원투표율 급락, 박지원이 옳았다

"어제까지 경이적으로 한 15% 투표가 됐거든요. 그런데 정치권에서 보면 나흘간 하는데 대개 질의자가 첫날 약 70%를 합니다. 오늘 보세요. 오늘은 뚝 떨어질 거예요. 충성자분들이 70%를 하기 때문에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3분의 1, 33%를 결코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2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박 전 대표의 말대로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의당 전당원투표의 이틀째 투표율이 급락했다. 이날 국민의당은 온라인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17.6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27 전당대회 당시의 온라인투표율인 18.95%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온라인투표 첫날 투표율은 14.67%를 기록해 8·27 전대 첫날 투표율인 10.69%보다 3.98%포인트 높게 나온 바 있다.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온 통합 찬성파 측이 당원들의 통합 찬성 의사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고무된 표정을 내비친 배경이다. 


안철수 대표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통합은 반드시 덧셈 통합이 될 것"이라며 "당대표를 뽑았던 지난 전당대회 때의 전당원투표보다도 훨씬 더 높다. 당원들이 당을 살리고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투표 둘째날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찬성파 측은 최대한 높은 투표율로 재신임이 가결돼야만 하는 입장이다. 통합 문제로 첨예한 당내 갈등을 빚고 있는 만큼 높은 투표율과 함께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통합 절차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점은 8·27 전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당시 최종 투표율인 24.26%를 넘기면서 재신임을 받아야 전당원투표를 강행시킨 안 대표의 위상과 명분이 확보될 수 있는 탓이다.

그러나 온라인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17.63%로 집계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게 됐다. 29~30일 ARS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지난 8·27 전대 당시 이틀 동안의 ARS 투표율이 5.31%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투표율이 반대파가 당원 총의의 요건으로 제시한 33.3%는커녕 지난 8·27 전대의 24.26%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안 대표가 재신임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전당원투표의 정당성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민의당은 이번 전당원투표의 의결정족수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앞서 당무위원회와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결정족수를 설정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찬성파 측은 의결정족수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반대파 측의 입장은 다르다. 반대파 측은 당헌·당규 제25조 4항에 근거해 전 당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렇듯 의결정족수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충돌하자 부각된 것이 바로 8·27 전대의 최종 투표율인 24.26%다. 극단적인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찬성파와 반대파의 입장을 감안한 이른바 절충점인 셈이다.


안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전당원투표는 가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자중지란에 횝싸여 있지만 누가 뭐래도 국민의당은 안철수의 당이다. 여기에 반대파의 주도로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하고 있다. 실제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을 비롯한 호남지역 정치인들의 찬반투표 불참 선언이 줄을 잇고 있는 상태다.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 대표와 반대파 사이에 회복하기 힘든 불신이 생겼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로 인해 둘 사이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고성과 막말 등 감정이 여과 없이 분출되는가 하면, 서로 상대방을 향해 당을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분당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이미 정체성과 철학, 노선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 만큼 전당원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갈라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파가 집단 탈당을 하되, 안 대표가 통합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시켜 의원직을 유지시켜 주는 형태의 이른바 '합의 이혼' 가능성도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결별의 후유증을 최소화시키자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안 대표에 대한 재신임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총의라고 본다면 관건은 결국 최종 투표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투표율이 24.26%를 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의 통합 행보는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전당원투표를 강행시킨 안 대표에 대한 정당성 논란은 물론이고 이후 예정된 통합 전당대회의 동력 역시 급속하게 약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통합을 둘러싼 안 대표와 반대파 사이의 극명한 입장 차이를 감안하면 결국 8·27 전대 당시 최종 투표일이었던 '24.26%'가 국민의당의 운명을 가르는 중대한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당원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24.26%를 넘기면 안 대표에게, 반대의 경우라면 반대파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찬성'과 '반대'의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양측에 최종 투표율 '24.26%'가 갖는 의미가 이처럼 아주 남다르다. 통합이냐 분당이냐. 기로에 서 있는 국민의당이 투표율 24.26%'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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