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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대통합,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100% 국민대통합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사회에 만연해 있던 지독한 분열과 갈등, 대립과 반목을 종식시키고 지역과 이념,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꿈을 다시 찾아드리고 어느 정권도 이루지 못한 대통합의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일찍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고 어떤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던 국민대통합의 원대한 꿈이 '박근혜의 국정비전 10대 공약'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물론 이 말도 안되는 공약 -생각해 보라.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어떻게 100% 국민대통합을 이루어낸다는 말인가-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여타의 다른 공약들과 마찬가지로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박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더니 니편 내편 편 가르기를 시도했고,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야당과 국민을 적으로 돌리며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중재와 타협을 이뤄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탕평 인사 공약은 지약 편중 인사로 되돌아왔다. 대통합은 커녕 사회는 이전보다 더한 불신과 갈등에 휘둘려야만 했다.

급기야 이념을 부추기고 지역을 나누고, 계층간 세대간 갈등을 야기시키는 정부 정책이 무더기로 양산됐다. 기초연금 도입방안, 임금피크제 등으로 세대 갈등을, 국정교과서 도입으로 이념 갈등을, 사드 배치 문제로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식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박 대통령의 대통합공약은 대국민 사기였다는 원성과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막힌 반전이 펼쳐지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자 대국민 사기라고 여겨졌던 100% 국민대통합 공약이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공약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왔던 사람들은 어쩌면 박 대통령에게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1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2주 연속 5%를 기록했다. 이는 다시 말해 박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무려 90%가 넘는다는 뜻이다.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태에 말문이 막혀 '모름-거절' 항목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95%에 가까운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오마이뉴스


대단하다.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봐도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론조사 내용을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100% 국민대통합이 바로 코앞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서울에서의 지지율은 6%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은 93%다. 인천·경기는 5% 대 93%, 대전·세종·충청은 7% 대 78%, 대구·경북 은 9% 대 89%, 부산·울산·경남은 5% 대 90%를 기록했다. 강원, 광주·전라는 놀랍게도 0%다.

연령별로는 19~29세는 긍정 0%, 30대는 3% 대 93%, 40대는 3% 대 93%, 50대는 6% 대 90%, 60대 이상은 13% 대 82%를 기록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거의 전 지역과 전 연령대에서 90%에 가까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는 지역과 세대, 계층은 물론이고 그 넘기 어렵다는 이념의 장벽까지 깨트린 결과다.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망국적인 지역 감정과 이념 갈등, 세대와 계층 갈등에 시달려온 대한민국사가 완전히 새롭게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할 줄만 알았던 국민대통합의 빗장을 열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생각할수록 진기한 일이다. 집권 기간 내내 독선과 독단적 국정 운영을 고집하며 분열과 갈등의 유발자로 비춰지던 박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으로 인해 국가와 민족의 오랜 숙원이었던 국민대통합이 이루어질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막힌 역설이자 아이러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수십만개의 촛불이 타오를 예정이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인원이었던 70만명(경찰 추산 8만명)을 웃돌 것으로 보여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될 전망이다. 어디 광화문광장 뿐이랴.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촛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켜질 것이다. 분열하고 시기하고 반목했던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나가 되고, 지역, 이념, 세대, 계층을 뛰어넘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감동의 물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앞서 여론조사가 국민대통합의 정도를 수량화해서 보여주었다면 수많은 국민들이 결집할 광장의 촛불은 이를 더욱 구체적이고 확증적으로 드러내 줄 것이다. 촛불집회를 통해서 국민대통합의 세기와 밀도가 보다 입체적으로 표출될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이 장면을 반드시 기억해 후대에 전해주어야 한다. 국민들이 서 있게 될  그 곳이 바로 국민대통합이 실현되는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대통합.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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