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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광화문 집회 1000만? 보수와 사이비 보수는 어떻게 다른가

ⓒ 중앙일보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 퇴진과 조국 법무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 3일 1차 집회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만명이 참가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5분의 1이 광화문 일대에 집결한 셈이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시민들 사이에 섞여 앉아 태극기를 흔들며 '문재인 퇴진', '조국 퇴진' 등을 외쳤다.

이날 집회의 성격을 두고 여러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언론 등에선 범투본을 위시한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와 보수층이 결집한 대규모 집회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보수층이 총궐기해 문재인 정권 퇴진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입은 삐뚫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하지 않을까? 대관절 저들을 어떻게 보수라 칭할 수 있는 것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보수의 가치와 품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이비 짝퉁 보수들을 보수라 대접해 주고 있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보수는 자신이 믿는 가치와 전통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법치, 자유와 평등, 인권과 자율, 자유시장경제, 전통과 문화 등을 수호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려는 태도가 바로 보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들은 보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들이다. 보수의 탈을 쓴 가짜 보수들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외피를 두르고 저 자리에 버젓이 앉아있는 황교안, 나경원, 한국당, 그리고 집회에 동원된 수많은 사이비 보수들이 그동안 어떤 작태를 벌어왔는지를 상기해보면 그 이유가 확연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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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보수정당이라는 한국당이 그동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얼마나 유린해왔는지, 자유와 평등, 인권과 자율을 어떻게 침해하고 말살해 왔는지, 자유시장경제와 질서를 어떻게 망가트려 왔는지, 도덕성과 공정성을 짓밟고, 전통과 문화를 얼마나 왜곡해 왔는지를 우리는 안다.

우리는 또 안다. 진짜 보수는 절대로 한국당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들이 진짜 보수였다면 국정원 사건, 세월호 참사,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이 나라가 쑥대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해 겨울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현 한국당) 해체'를 외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권력의 부정과 비리에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종북좌파'로 매도하고 탄압해온 세력 역시 그들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권력의 입맛대로 재단했던 '블랙리스트 사건', 사법부와 재판까지 거래했던 희대의 '사법농단 사건'은 또 어떤가. 이것들이야말로 한국당의 '반헌법적', '반민주적', '파쇼적' 행태를 여과없이 드러내준 천인공노할 헌정유린 사건 아닌가.

그런데 한국당의 이같은 작태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던 자들이, (그들 주장대로라면) 무려 1000만명이나 모여 '문재인 퇴진'과 '조국 퇴진'을 외쳤다 하니 시쳇말로 소가 웃을 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보수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헌법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태도에서 발현된다. 보수가 헌법, 도덕, 규범, 전통, 자유 등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헌법과 도덕, 민주주의,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대척하는 자들을 어떻게 보수라 부를 수 있나. 그들이 보수라면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헌법을 부정하고 이를 사사로이 농단한 세력에 대해 추상 같은 책임을 물었어야 했을 터다. 그러나 그들은 외려 민주주의와 법치를 농단한 세력을 비호하기에 혈안이 돼있다. 여기에 폭력에, 친일 행각까지 벌이고 있으니 이런 막돼먹은(?) 보수가 대명천지에 어디에 있나.

1000만명이 모이건 2000만명이 모이건 상관할 바 아니나 호칭은 제대로 불러야 한다. 사이비 보수들이, 가짜 보수들이 그 이름을 망령되이 참칭하는 사이, '보수'의 가치와 품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곤두박질 치고 있으니 말이다. 보수? 보수는 무슨 얼어죽을. 저치들이 보수라면 똥이 된장이고, 파리도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