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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결결이 반대 한국당, 그들은 참여정부 때도 그랬다

ⓒ 오마이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를 방문했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년실업, 저출산,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좋은 일자리를 통해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 불균형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역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협조를 구했다. 연설 도중에 "보고드리겠습니다", "의원님들께서"라는 파격적인 수사를 쓰는가 하면, 추경 예산의 활동 범위와 항목을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연설의 말미에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라며 국회가 추경 예산 편성에 대승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심을 모았던 조각 관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연설 중간에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에둘러 표현했을 뿐이다. 시정연설이 추경에 방점이 찍혀있는 만큼 가급적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꽉 만힌 조각 인선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야당 지도부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인 데다가,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 역시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문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입장은 대동소이했다. 


결국 이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이는 여야 4당 간사협의를 통해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하려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합의점을 도출하기는커녕 여야 사이의 괴리감만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것은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행태다. 지난달 19일 있었던 청와대 오찬 이후 한국당은 새 정부의 인사와 국정 운영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부르짖고 있다. 이는 사안에 따라 견제와 협조를 병행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모습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서로 엇박자를 냈던 야 3당은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르게 평가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추경의 각론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높게 평가한 반면, 한국당은 이날의 시정연설을 평가절하하며 혹평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마련된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사이의 차담회에도 불참했다. 그러면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사이의 추경 심사 합의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고 비난하며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9일 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원장과의 청와대 회동 역시 거부한 바 있다. 조각 임명도, 추경도,  청와대 회동도 건건이 '반대'다. 


ⓒ 오마이뉴스


이쯤되니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당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이런 비판이 나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형국이다. 이낙연 총리와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 문 대통령의 첫 인사부터 비판의 날을 세웠던 한국당이었다. 문 대통령의 첫 인사에 대해 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이 소통과 개혁, 탕평에 방점이 찍힌 인사라 호평했음에도 한국당의 평가는 유독 남달랐다. 특히 임종석 실장의 경우는 '주사파'라는 표현까지 섞어가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이후 조국 민정수석,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마다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가 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세월호 참사 재수사, 국정교과서 폐지, 4대강 정책감사 등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등에 대해서도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여당을 비판·견제하면서도 사안에 따라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태도와는 아주 대조적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당이 과거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한사코 반대만 일삼았던 한나라당 시절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당시 한나라당은 내각 인선에서부터 경제·외교·통일·안보 등 참여정부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를 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던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진상규명법·언론관계법 등 '4대 개혁 입법'에 대해서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걸핏하면 장외로 나갔고, 강경투쟁을 선언하며 대립각을 세우기 일쑤였다.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한국당이 강경 모드로 나오고 있는 이면에는 참여정부 당시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은 정부 정책과 내각 구성을 반대하고, 끊임없이 정쟁과 갈등을 유발하고, 국정혼란의 원인과 책임을 새 정부에 전가하게 되면, 민심이 돌아서고 지지층이 복원돼 과거의 영화를 되찾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한나라당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지난 겨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민심은 헌정질서와 헌법가치를 무너뜨린 적폐세력의 청산을 강력히 요구하며 조기대선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현재의 문재인 정부다. 반면 한국당은 촛불정국에서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이자 적폐세력의 한 축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촛불민심에 의해 탄생한 새 정부의 정책과 내각 임명을 적폐의 한 축라 평가받던 한국당이 '결결이' 반대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58% 국민들의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도록 하겠다."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 앞서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한국당에게 정우택 대표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주문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80% 국민들의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직시하기 바란다.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강경화·김이수·김상조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하는 국민들이 과반을 훨씬 넘는다는 점 역시 인정하기 바란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국민이 우매하지 않다는 사실도 하루 빨리 깨닫기 바란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곤두박질친 이유가 그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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