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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강경화 구하기, 전직 외교장관들도 팔걷고 나섰다

오마이뉴스

 

지난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섰던 4명의 공직후보자 가운데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9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연달아 무산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채택 여부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9 오전 10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들은 국회에서 김이수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위한 전체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무위로 끝이 났다.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있던 전체회의는 야당의 불참으로 열리지조차 못했다.


오는 12 국회정무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련해 협의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야가 극심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긴박한 대치 국면을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현재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강경화 후보자를 둘러싸고 여야의 기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여당은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도덕성은 물론이고 업무 능력과 자질 직무적합성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며 '절대불가' 외치고 있다. 야당은 강경화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태세다.

야당이 초강경 모드로 나오자 청와대는 해법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9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간곡하게 호소한 것도 출구찾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낮은 자세로 야권, 중에서도 캐스팅보트를 국민의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당청 라인을 최대한 가동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바람대로 국면이 흘러갈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한국당이 국회 의사일정의 보이콧까지 천명하는 초강수로 나오고 있는데다, 국민의당 역시 반대 기류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방문해 야당 지도부 설득에 나섰지만 반응은 지극히 냉담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공약한 5 비리 관련자 고직 원천배제 원칙이 깨진 이상 절대로 협조할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반대는 표면적으로는 행정부 '견제' 있지만 본질은 주도권 잡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80% 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에 끌려다니게 되면 정국 주도권을 내줄 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공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거세게 반대를 외치고 있는 이유다.


청와대의 고민은 강경화 후보자의 임명 후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찮다는 점이. 청와대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경화 후보자를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추경예산편성과 정부조직법개편은 물론이고 남은 조각 인선까지 줄줄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임명을 강행하자니 여소야대 상황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지명을 철회하자니 한달도 남지 않은 한미정상회담 준비 국정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청와대가 안고 있는 이른바 '강경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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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10 전직 외교장관들이 강경화 후보자의 임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강경화 후보자는 오랜 유엔 고위직 근무와 외교활동을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라면서 "주변 4 외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당면한 제반 외교사안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강경화 후보자가)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유엔 무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미사일 문제도 국제공조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갈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된다" 국회의 조속한 결단을 주문했다. 이날 성명에 참여한 인사는 한승주·공로명·유종하(김영삼 정부), 이정빈·한승수·최성홍(김대중 정부), 윤영관·송민순(노무현 정부), 유명환·김성환(이명박 정부) 장관 10명이다.

 

그동안 야당은 강경화 후보자가 도덕성뿐만이 아니라 업무능력과 자질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왔다.  "G2(미국과 중국)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 북한이 매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의심이 간다"(원유철 한국당 의원), "외교부 개혁과 4 외교 등에 대한 비전 제시가 매우 초보적이고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북핵 문제에 5~6초간 답하지 못하며 대답도 못하고, 사드는 국방부 소관이라고 하니 능력도 걱정된다"(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고 비판하는 등 혹평이 이어져오던 터였다


그런데 전직 외교장관들의 평가는 야당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들은 강경화 후보자가 우리나라의 당면 외교 현안을 누구보다 해결해나갈 적임자라고 극찬했다. 야당이 깎아내린 강경화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역량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미 공무원노조 외교부 지부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세계여성단체협의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50 곳의 여성단체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회  층에서 강경화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던 참이었다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에 시민단체 등의 지지 성명이 나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최고의 외교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전직 외교장관들마저 강경화 후보자의 지지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강경화 딜레마' 고심하던 청와대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강경화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수싸움이 더욱 흥미롭게 됐다. 전직 외교장관들의 지지 성명이 야당의 주장을 상쇄시킬 명분 찾기에 골몰해온 청와대와 여권, 그리고 외교 실무 경험이 없는 청문위원들로부터 외교 능력과 자질이 없다고 비토 당한 강경화 후보자가 기다리던 반전의 모멘텀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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