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세월호 500일◀ 지난 여름 홍대입구에서 있었던 일

지난 여름 뜨거웠던 어느 홍대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너무나 평온한 일상이 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날은 무더웠고 아주 습했으며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복사열이 피어 올라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순간 바쁘게 오가는 군중들 속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 왔다. 손에는 피켓을, 다른 손에는 노란 리본을 남자의 표정은 어두웠고, 무거워 보였다. 나는 그가 그곳에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곳에 있다고. 그는 사람들을 향해 무언의 절규를 외치고 있었다그의 눈을 보는 순간 갑자기 끝이 찡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의 눈은 말로 형용할 없는 슬픔과 체념, 그리고 절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처럼 슬픈 눈을 일찌기 적이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의 눈은 너무도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벌써 500일이 지나지 않았던가.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유족들과 국민에게 철썩같이 약속했던 나라의 대통령과, 정치권도 까마득히 잊고 있는 그날이 아닌가. 일반 대중들이라고 다를까. '500'이란 시간은 사물과 현상을 망각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알고 있다. 며칠 전의 일도 기억하기 힘든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무려 500일이나 지난 -더구나 자신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일들을 기억해 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때로 지겹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는 그만했으면 싶은 마음마저 사람들 안에 있다는 사실도.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의 앞을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기억을 무력하게 만드는 시간과 우리 사회의 비루한 정치가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이다나는 지인들과 함께 그에게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와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고는 그의 손에 쥐어 있던 노란리본 다섯개를 전해 받았다. 그리고 다시 군중 속으로 빠르게 몸을 던졌다.





지난 28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5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참담하게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어렵사리 타결된 반쪽짜리 특별법은 수 개월째 잠을 자고 있다. 사이 세월호는 점점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오늘 문득 그 받았던 노란리본들을 하나하나 다시 쳐다본다. 그것들은 지금 아내의 숄더백과 노트북 가방, 핸드폰과 자동차 열쇠고리에 각각 걸려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움직이는 곳에서 노란리본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기억은 간직하려는 마음이 간절한 사람에게 오래도록 자신을 허락한다는 것을 삶은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나는 사람들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