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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B정권 겨누는 사정 칼 끝, 똥줄 타는 이명박

오마이뉴스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법률적으로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만 보이지만 과거에 3.15 부정선거가 바로 이런 거거든요. 자유당 정권이 경찰을 이용해 가지고 부정선거에 앞장 섰던 겁니다. 선거내용, 결과 다 조작이 되는 거죠. 그런 일을 한 겁니다. 이것은 정권이 날아가는 문제에요. 이것 때문에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습니까."(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그렇습니다. 그 시절에도 그것 때문에 이승만 정권이 물러났는데. 4.19가 그래서 일어난 것 아닙니까?"(김어준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그렇죠. 이것이 어떻게 해서 진행됐고 그 결과 어떻게 보고 되었는지, 이걸 해 놓고 국정원이 이걸 실제로 했다면 내가 볼 땐 한 걸로 증거가 나오고 있는데, 이 일을 한 국정원장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보고를 안했겠습니까? 무공을 세운 장군이 왕에게 자기무공을 감추는 일도 있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보고를 받았다고 저는 볼 수밖에 없고, 다만 구체적 근거를 구하기 위한, 잡기 위한 수사에 들어가야 된다고 봅니다."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파기 환송심 공판에서 새롭게 공개된 국정원 자료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표명했다. 과연 이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몰랐냐는 거다.

이날 노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이 4.19 혁명을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와 같은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관련 사실이 보고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안의 심각성으로 미루어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이 원 전 원장의 독단적 판단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관련 내용이 실제 보고 되었는지, 그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개입되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되어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지부에서 후보들 잘 검증해야 한다. 1995년 선거 때도 구청장 본인이 원해서 민자당 후보로 나간 사람 없고 국정원에서 다 나가라 해서 한 거지"(2009년 6월19일), "지금은 현 정부대 비정부의 싸움이거든. 12월달부터 예비등록 시작한다.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교통정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2011년 11월18일), "기사가 난 다음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린가. 미리 못 나가게 하든지, 안 그러면 그런 보도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든지 그런 게 여러분들이 할 일이지 이게 뭐냐. 잘못할 때마다 쥐어패는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지 그냥 가서 매달리고 어쩌고 하면 안된다"(2009년 12월18일).

공개된 녹취록은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원 전 원장이 주재한 '전 부서장 회의'의 내용이 담겨있는 이 자료는 MB정권의 정치공작이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녹취록에는 원 전 원장이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라고 지시하는 내용과 언론탄압과 통제를 종용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MB정권 하에서 국정원이 어떻게 선거에 개입해왔고 정치공작에 매진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녹취록이 새 정부 출범 이후 구성된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복구해 검찰에 넘긴 자료라는 사실이다. 국정원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에는 해당 내용을 삭제한 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만약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국정원의 범죄 모의 정황이 그대로 묻혔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녹취록 공개는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MB정권의 부정비리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근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새 정부 들어 2주 만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결정이 나온 데 이어, '적폐청산 TF'를 설치한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국정원 댓글 사건 등 MB정부 시절 자행된 정치개입과 공작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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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청와대가 이른바 '캐비닛 문건' 안에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된 내용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사회적 논란이 됐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은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던 제2롯데월드타워 건립이 돌연 신축허가가 나면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던 사안이다. 당시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그런가 하면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연루된 마약 사건도 재조명받고 있다. KBS '추적60분'은 26일 검찰과 권력 2부작 '검사와 대통령의 아들' 편에서 지난 2015년 9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사위의 마약투여 사건에 연루된 인물 중 시형씨가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마약 공급책인 서 모씨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진술한 인물들 중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가 수사선상에서 돌연 제외됐다는 것이다.

'추적60분'은 고위층 자제들의 마약스캔들에 솜방방이 처벌이 이루어진 내막과 이 과정에서 시형씨가 사라진 정황 등을 다루면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시형씨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뜻하지 않게 불거진 고위층 자제들의 마약 투여 사건이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전 대통령을 '좌불안석'하게 만드는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MB정권 부정비리 의혹을 거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이런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의 심기는 불편하다 못해 가시방석이다.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새 정부의 사정 칼날에 안 걸리는 곳이 없는 데다(이는 그만큼 MB정부의 부정비리 의혹이 많다는 뜻이다), 방패막이 돼주어야 할 보수야당은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을 거치며 '제 코가 석 자'인 상태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MB정부 5년 동안 층층히 쌓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 또한 상당해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새 정부가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들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세워 MB정부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누가 누구를 탓할 개제가 전혀 아니다. MB정부에서 추진된 대규모 국책사업 대부분은 이미 속빈 강정으로 판명이 났다.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정책사업마다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와 부정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 비근한 예가 바로 '사자방 비리'다.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를 뜻하는 '사자방 비리'로 탕진한 예산만 100조가 넘는다는 언론보도는 MB정부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한 국책사업들이 얼마나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이 새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을 정치보복으로 호도하려 하고 있으니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정책결정이 선의에 따른 것이었다 해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드러난 부정과 비리,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마땅할 터다. 후대에 선례를 남긴다는 차원에서도 이는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MB정부의 부정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것은 4대강 담합 비리가 유일했다. 그마저도 건설사 몇 개를 손보는 선에 그쳐 박근혜 정부가 서둘러 봉합시켰다는 의혹이 가시질 않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공개된 원 전 원장의 녹취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국정원의 범죄 공모가 새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백일하게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곳곳이 지뢰밭이요 뇌관인 MB정부의 정책들과 사건들을 철저하게 재조사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 하나로 모두 설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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