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 언덕의 天-地-人

'BTS'..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

ⓒ 구글이미지 검색

 

BTS 광팬인 큰 딸 덕분에 내 눈에 그 놈이 그 놈 같던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이 이제 확실히 각인됐다. 지민, 정국, RM, 뷔, 진, 슈가, 제이홉. (오해 마시라. I'm not picking favourite.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은 것 뿐이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사람들이 BTS에 열광하는지, 도대체 얘네들이 다른 아이돌 그룹과 뭐가 다르다는 건지. 내 보기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아이돌 그룹을 BTS라 해도 별 차이가 없겠구만. 그런데, 다들 난리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니들이 '서태지와 아이들'만 하겠냐.

문화산업의 황금기였던 90년대, 특히 대중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 전과 후로 나뉠만큼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짧다면 짧을 4년 여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문화 대통령'이라 불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BTS에 대한 편견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다. 기획사에 의해 붕어빵 찍듯 만들어지는 아이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선입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이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아이돌 전성시대 속의 '아이돌'. 아티스트라기보다는 소비돼 버리는 상품같다는 느낌을 여전히 떨쳐내기 어렵다.

그러나 BTS는 뭔가 색다르다. '군계일학'. 저마다의 개성과 재능이 넘쳐날 뿐더러 다른 아이돌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함과 특별함이 있다. 진열대에 걸려있는 상품이 아니라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작품'같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확실히 알 것 같다. 그리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BTS는 '진짜'라는 것을...

BTS의 새 앨범이 출시되기 전 날, 기뻐하던 큰 딸의 상기된 모습을 보면서 이번 앨범에는 어떤 새로움이, 어떤 전율이, 또 어떤 감동이 전해질까 기대하는 나를 봤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던 청년은 이제 머리 희끗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딸과 함께 BTS를 응원하고, BTS의 노래를 듣는다. 인생이 그렇게 구름처럼 흘러가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처럼, BTS의 'ON'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