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6곳 요구에 달랑 2곳 내준 김형오, 황교안의 다음수는?

ⓒ경향신문

 

미래통합당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가 12일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공천 지역 일부에 대해 교체를 요구하면서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까지의 공관위 결정 일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모든 공천은 완벽할 수 없지만 우리가 총선에 압승하기 위해선 일부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가 공관위의 공천 과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말을 아껴오던 황 대표가 공관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서울 강남을,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부산 북·강서을, 부산 진갑, 경남 거제 등 6곳에 대한 재의를 결정하면서 당내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공관위의 공천에 최고위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물밑 신경전이 거세진 것이다.

김형오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의 재의 요구와 관련해 "최고위는 최고위의 권한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권한이 있는 것"이라며 "각자의 권한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가시가 느껴지는 '워딩'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이날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한 것은 공천 과정을 주도해온 김 위원장의 독단적 행보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표출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천 잡음이 가라앉지 않자 최고위가 공관위에 경고를 날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 때마다 문제가 돼왔던 당 대표의 공천 개입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관위에게 전권을 위임하다시피 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에서 현역의원을 무더기 컷오프시켜 주목을 끌었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한 5명을 포함해 현역의원 11명이 교체됐다.

험지 출마를 종용해온 공관위와 갈등을 빚어온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비롯해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이주영 의원, 7선 도전에 나서려던 이인제 의원, 3선의 권성동 의원, 친박 3선 윤상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해온 김 위원장의 말 그대로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손바람을 낼수록 파열음이 커졌다. 당 안팎에서 '낙하산 공천', '밀실공천', '사천'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공관위의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일부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공관위의 결정에 대놓고 반기를 들고 있다.

지난 2일 공천에서 탈락한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김태호 전 지사 역시 8일 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기본룰을 모르는 사람이 독식을 하며 양아들 공천, 수양딸 공천, 측근 내리꽂기, 정적 제거하기 식으로 공천을 하고 있다"고 공관위를 작심 비판했던 홍준표 전 대표 역시 12일 대구 지역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밖에도 이인제 의원과 이주영 의원 역시 공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는 등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의 '탈당·무소속 출마'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공천 갈등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에 공천 후유증이 있다. '사천' 논란을 해결해줘야 통합당에 갈 수 있다"며 "그런 것 없이 맹목적으로 가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합당 공천 문제가 일단락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가 논란을 빚고 있는 일부 지역의 공천 변경을 선대위원장 수용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했다는 뒷말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 개입하지 않던 황교안 대표가 이날 공관위에 재검토를 요구한 배경도 그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공관위는 이날 당 최고위가 재검토를 요구한 지역구 6곳 중 인천 연수을, 대구 달서갑 2곳에 대해서만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인천 연수을은 단수 추천됐던 새로운보수당 출신 민현주 전 의원이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됐고, 대구 달서갑 역시 단수 추천된 홍석준 전 대구시 경제국장과 이두아 전 의원이 양자 경선을 벌이게됐다.

최고위가 재검토를 요구했던 서울 강남을, 부산 북·강서을, 부산 진갑, 경남 거제 등 4곳의 공천은 원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통합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 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천관리위원회가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공직후보자 추천안을 재의결한 경우, 최고위원회의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돼있기 때문에 공관위의 이번 결정은 뒤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곳이 경선지역으로 변경되기는 했지만, 공관위가 지도부의 요구를 따르지 않은 모양새가 되면서 당 내부에서는 공천 갈등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 사이의 갈등이 깊어져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서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친황'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경선으로 밀려난 반면 김형오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공천을 받은 것과 관련해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관위가 자유한국당 출신에 비해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인사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공관위가 최고위의 재검토 요구에도 단 2곳만 재의결 결정을 내렸다. 공천 갈등을 직접 정리하고,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총선 체비에 박차를 가하려던 황교안 대표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총선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공천 갈등을 최소화시켜야 하지만, 김형오 위원장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내부 조율과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곳을 요구했던 당 지도부에게 '달랑' 2곳만을 용인해준 공관위의 독자 행보가 이같은 추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미 김형오 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이어 컷오프된 인사들의 공천 결과 불복과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황교안 대표의 다음수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공천 문제로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위원장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