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5차 청문회, 세월호 의혹 밝혀낼 수 있을까

ⓒ 오마이뉴스


오늘(22일) 열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으로 채택된 18명 가운데 출석 의사를 밝인 사람은 현재까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여옥 전 대통령경호실 간호장교 단 2명에 불과하다. 이에 5차 청문회 역시 맥 빠진 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초 이번 5차 청문회는 출석 의사를 밝힌 2명 이외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이영선 대통령경호실 행정관, 윤전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고영태 전 더 불루케이 이사, 그리고 최씨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였다.

이들 모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의혹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증인들인 것이다. 그러나 채택된 증인들 대부분이 석연치않은 이유를 내세워 청문회 불참을 통보했다. 이대로라면 5차 청문회는 우 전 수석과 조 전 간호장교 등 극소수만 참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지게 된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우 전 수석과 조 전 간호장교 두 사람만 출석하는 청문회가 된다 해도 실망하기는 이르다. 이 두 사람을 통해서 밝혀야 할 중요한 사안들이 결코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온 국민적 관심사인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핵심 중의 핵심 인물들이다. 그런 이유로 이 두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질 이번 5차 청문회가 의외의 성과를 도출해낼 수도 있다.

먼저 우 전 수석의 경우 세월호 참사의 수사 방해 의혹이 집중 추궁 대상이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6월5일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수사팀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의 서버를 손대지 말도록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셈이 된다.


당시 해경 상황실의 서버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청와대와 해경의 초기 사건 대응과 조치 등의 교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셈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의 수사 방해로 말미암아 수사팀의 해경 상황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이뤄지게 된다. 그 사이 교신기록은 삭제되고 조작되어 있었다. 이는 우 전 수석이 수사방해를 통해 해경 상황실 서버 교신 기록의 삭제와 증거인멸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가 확정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내용을 적용치 말도록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연루되어 주목받고 있는 사안이다. 이밖에 세월호 참사 수사팀에 '보복인사'를 단행한 의혹 역시 규명 대상이다. 


ⓒ 오마이뉴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경호실 간호장교였던 조 전 간호장교는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진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 인물 중의 하나다. 휴가 중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하고 있는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는 안 전 비서관과 함께 그는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입증할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조 전 간호장교는 지난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이 대통령의 전용공간인 의무동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만일 조 전 간호장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미용 시술 의혹과 대통령의 행적, 그리고 비선진료 의혹을 자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3차 청문회에 참석했던 신보라 전 대통령경호실 의무실 간호장교는 자신이 의무동에 근무했고, 조 전 간호장교가 의무실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둘 중의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7시간 의혹' 중 현재까지 확인된 대통령의 행적은 12시 무렵의 '점심 식사'와 3시 무렵의 '머리 손질'이 전부다. 그 외에는 모두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관련자들이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청와대 역시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소상히 알고 있을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 그리고 안 전 비서관은 모두 청문회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현재로서 대통령의 당일 행적을 밝혀줄 유일한 인물은 조 전 간호장교밖에 없는 셈이다.


증인들이 대거 불참한 채 열리게 될 이번 5차 청문회는 보나마나한 청문회가 될 공산이 크다. 이 기막힌 장면이 의미하는 것은 사안의 중차대함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미스터리한 행적과 관련해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감추려 하기에 청문회에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절대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어마어마한 비밀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이들의 행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관련해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모습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는 5차 청문회에 출석하는 우 전 수석과 조 전 간호장교 역시 마찬가지다. 이 두 사람이 청문회에서 정의와 양심에 따라 진실을 증언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터다. 뻔뻔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의혹을 부정하거나 부인하며 국민의 인내심을 자극할 것이 뻔하다. 지난 1~4차 청문회에서 이미 숱하게 지켜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낙담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둠이 빛을, 거짓이 참을 이길 수 없듯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온전히 규명될 때까지 국민들은 묻고 또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유족들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