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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언덕의 天-地-人

2015년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눈이 나립니다. 조금 과장하면 송아지 눈망울만한 커다란 눈이 하늘에서 땅위로 자유낙하를 하고 있습니다. 새하얀 눈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세상 속으로 파고 듭니다. 불과 몇 십분 사이에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세상의 모습이 마치 곱게 화장을 하고 수줍게 웃고 있는 소녀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나린다'는 표현이 퍽 마음에 듭니다. 한결 가볍고 정감어린 느낌을 안겨 줍니다. 그래서 '눈이 내린다' 보다는 '눈이 나린다'는 표현이 더 멋들어지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많은 눈이 나릴 것 같습니다. 저 눈과 함께 세상 사람들의 걱정과 시름, 한숨과 고민들이 함께 나리기를 희망해 봅니다. 퍽퍽하니까요, 무거우니까요, 까칠하니까요, 그리고 눈물이 자꾸 나니까요, 삶이 말입니다. 


새해의 문이 열린지 삼일째입니다. 어떠신가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사실 타이핑이 끝난 수많은 글자들을 지워야만 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근거없는 낙관과 희망의 부질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새해'의 이미지에 투영되어 있는 강력한 마력을 도저히 깨뜨릴 수가 없었습니다. 새해에는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과감하게 몇몇의 이야기들을 기억의 창고로 순간이동을 시켜야만 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오늘은 새해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급변경을 해보기로 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문득 '어울림'이란 단어가 마음의 문을 '톡톡'하고 두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울림'에 대한 글을 짧게 써 볼까 합니다. 주제를 정하고 보니 무한경쟁과 개인 이기주의에 찌들어 있는 세태에 제법 '어울리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와도 잘 '어울리는' 메시지가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울림'은 무얼까, 하고 머리 속에 그려봅니다. 우리는 세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많은 것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게 됩니다. '어울림'이란 단어는 웬지 모르게 밝고 정겹고, 신이 나고 동적이며,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 옵니다. 무엇인가와 어울린다는 것은 그 대상과 나와의 거리를 좁혀가면서 결국 그 대상과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나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른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입니다. '어울림'을 통해서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나와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나와 다른 언어을 사용하고, 다른 생활방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림'으로써 어쩌면 우리는 예전에 미처 몰랐던 우리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배추, 무, 파, 갓, 부추, 마늘, 생강, 액젖, 새우젖, 소금, 설탕, 고춧가루....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정말 많습니다. 김치는 이렇듯 이런 저런 개성있는 것들이 한 데 모여 버무려 진 후에야 비로소 맛깔스런 빛깔과 향이 나기 시작합니다. '어울림'이 김치를 만들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인 것입니다. 그런데 맛있고 풍미있는 김치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맛있는 김치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각각의 재료들이 반드시 서로 서로를 깊이있게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처음 배추에 소금이 녹아들었듯이 서로의 고유한 개성들과 특성들을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어야만 합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숙성의 과정이 곁들여지면 김치는 비로소 깊이있는 맛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품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김치를 예로 들었지만 사람사는 세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 바로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인정해 주고 배려해 주며, 세워줄 때에야 사람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가치들이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결코 빛을 낼 수가 없습니다. 함께 서로 어울릴 때 빛이 나고, 이를 통해 세상도 빛날 수 있습니다. 


을미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한해는 무엇보다 여러분과 저의 곁에 함께 더불어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먼저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가자고, 함께 어울리지고, 함께 나누자고, 그래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고 서로 격려하고 보듬으며, 서로를 돌보는 모습들이 넘쳐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마치 김치의 재료들이 서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점점 더 숙성되어 가는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배려하고 어울림으로써 점점 더 성숙되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올 한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드리며, 바람부는 언덕에서......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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