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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15년 국채보상운동이 욕을 먹는 이유


지난 2013 10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국 새마을 지도자 회의에서 '2의 새마을 운동'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꾸어 놓은 정신혁명이었고, 우리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력이 되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아버지 시대의 업적(?)을 환기시켜 '새마을 운동'의 당위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신 혁명', '의식 개혁', '문화 운동' 등의 단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 운동을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억은 모두에게 다르게 적용된다. 새마을 운동이 박 대통령에게 현대사를 뒤바꿔 놓은 정신혁명으로 인식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민주화 세대와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유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관치행정의 상징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집권세력은 꽤 오랫동안 새마을 운동이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최상의 대안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이 수출된 나라들은 모두가 정치적 경제적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이었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정치가 안정이 된 나라들에서 관이 주도하는 구시대적 개발 논리가 끼어들 자리는 전혀 없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떠나서 박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 운동을 들고 나온 것부터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뜻이다.

관 주도의 '정신 혁명', '의식 개혁' 등으로 시민을 계몽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그녀가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을 지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민주적 자질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특히 권력자의 인식과 태도에 맞게 자동적으로 프로그래밍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관료집단의 생리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부에서 구시대적 관치행정들이 잇따라 펼쳐지고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필연에 가깝다.


지난 22일 행정자치부는 광복 70년을 맞아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공동주택 동별 출입구 국가꽃이 의무화, 초중고교생 국기 게양 후 인증샷 제출, 부실 게양 신고, 국가 게양 후 일기소감문 발표하기, 방송을 동원한 태극기 애국주의 홍보 등을 추진하려다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행정자치부의 '태극기 달기 캠페인'이 여론의 호된 비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박정희 유신시대의 국가주의적 색채가 이 캠페인에 진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유신시대는 박정희가 곧 국가로 인식되던 민주주의의 암흑기와도 같은 시절이었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태극기에 경례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 국가에 대한 충성과 애국은 곧 독재자 박정희에 대한 충성과 다짐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박정희는 이같은 방식으로 국민들이 국가, 곧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강요하고 강제했다


시민의 기본권과 개개인의 자율성 등 민주주의적 가치들과 국가주의가 내세우는 애국충성 등의 개념들은 기질상 충돌할 수 밖에는 없다. 20세기의 낡고 구태스런 방법이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통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관료집단의 생태가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국가보훈처 역시 관료집단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며 비난의 중심에 우뚝 섰다. 지난 23일 국가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에 '2015 국채보상운동 이벤트'를 공지에 내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그들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종교를 뛰어 넘어 한말 최대의 민족운동으로 전개된 국채보상운동이 2015년에 재현된다면, 어떤 것을 기부할 수 있을지 댓글로 달아 달라"며 경품으로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내걸었다.

국가보훈처의 '2015 국채보상운동 이벤트'는 앞서 살펴본 '2의 새마을 운동', '태극기 게양 캠페인' 등이 보여준 시대착오적 관치행정의 연장선에 있다. 시대흐름과 민주적 질서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처해있는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담뱃세 인상과 지방세 인상연말정산 꼼수 등 갖은 서민증세로 서민들의 분노게이지가 급상승했고

상최대의 가계부채로 서민경제가 붕괴 일보직전인 와중에도 정부부처는 이처럼 경쟁하듯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낡은 정책을 생산해 내기에 여념이 없다.


이를 정부부처와 관료집단의 잘못이자 책임만으로 전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급한 것처럼 정부부처와 관료집단의 색깔은 전적으로 권력자의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권력자를 향한 관료집단들의 충성과 경쟁이 과열되면 될수록관이 민을 주도하겠다는 계몽의 태도를 고수하면 할수록, 대통령의 철학과 민주적 자질이 부족하면 할수록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여지없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과거 유신독재시절과 권위주의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관료집단의 대통령 눈치보기와 시대착오적 정책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난무하는 것은 결국 박 대통령이 민주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정치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2의 새마을 운동', '태극기 게양 캠페인' ,  '2015 국채보상운동 이벤트' 등의 관치행정에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국민정서를 비웃은 시대착오적 발상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 바로 그녀가 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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