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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 조강특위 "종 쳤다"..정두언 예측대로 흘러가나

"자유한국당은 지금 지지율을 올리려면 옛날에 돌아갔던 건전 보수, 중도세력을 다시 끌어와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강경 보수적인 입장을 계속 고수하면 그 사람들이 오지를 않죠.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이 어렵다는 거예요. 사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김용태 사무총장은 개혁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전원책 변호사가 나타나서 갑자기 강경 보수 쪽으로 가니까 사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내심 당혹스러울 겁니다."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유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으로 임명된 전원책 변호사의 행보가 김병준 비대위의 노선 및 철학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제민주화 강령 도입을 새누리당(현 한국당)의 침몰 원인으로 규정한 전 변호사의 인식이 김병준 비대위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조강특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망을 내놨다. 

"제가 볼 때는 종 쳤어요."


ⓒ 오마이뉴스


정 전 의원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자유한국당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싸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 변호사 사이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으면서다. 급기야 8일 두 사람은 정면으로 부딪혔다. 김 위원장은 전 변호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거론하며 입단속에 나섰고, 전 변호사는 그런 김 위원장의 행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재선의원들과 조찬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되고 있는 전대 연기론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비대위 활동을 2월 말까지 마무리 짓고 전대 역시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가 최고의사결정기구이며 모든 권한은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에게 속한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조강특위의 내년 6~7월 전대 연기론을 강하게 일축한 것이다.

같은날 열린 비대위회의에서도 이같은 입장이 재확인됐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우리 당의 전대 일정 등이 제시돼 있다. 어떤 경우라도 준수돼야 한다"며 "조강특위가 기한을 어겨가며 활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어 "조강특위 구성원들은 당헌·당규상 조강특위의 범위를 벗어나는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조강특위의 역할은 사고 당협 교체이다. 여기서 벗어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조강특위 출범 이후 전 변호사의 돌출 발언으로 각종 논란이 잇따르자 경고망동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날린 것이다. 

전 변호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편한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을 겨냥해 "그런다고  자기에게 대권이 갈 줄 아느냐"며 "언론사 카메라들이 쫓아다니니 국민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 9일간 묵언수행을 한 사람에게 언행을 조심하라고 하는게 무슨 말이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조강특위의 권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요즘 줄인 말 많이 쓰는데 '전례없는 권한'을 줄이니 전권이 되더라'라고 비꼬았다. 자신이 조건으로 내걸었던 '전권' 약속이 유명무실해진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 변호사는 특위 위원 수락에 앞서 '원내인사는 조강특위에 관여하지 말 것', '자신에게 외부인사 구성권을 주고 전권을 부여할 것', '내년 2월 전당대회를 보수대통합 전당대회 형태로 치를 것' 등의 세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 오마이뉴스


두 사람 사이의 불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은 전 변호사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전대 시기를 둘러싼 파워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다가, 조강특위가 내세웠던 전대 연기론이 비대위에 의해 가로막히게 되면서 전 변호사의 입장이 아주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인적 쇄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전 변호사에 대한 당 내부의 부정적 인식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전 변호사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 변호사가 비대위 요청을 거부할 경우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헌·당규에 따르면) 임명은 협의를 거쳐서 하게 돼있고, 면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어떻게 해석하면 독단으로 결정해도 되고 비대위 협의를 거쳐 임명절차 역순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견해가 있었지만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즉답은 피했지만 경우에 따라서 전 변호사를 해촉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전 변호사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그가 비대위의 결정을 수용할 지는 지극히 미지수다. 물불 가리지 않는 직선적 성격으로 유명한 전 변호사가 일단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모양새인 데다가, 현실적인 부분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전 변호사가 7월 전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차기 총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내년 2월 전까지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설사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낸다 해도 새로 선출된 당 대표가 조강특위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전 변호사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월이나 3월로 전대 기한을 정하는 건 코미디다. 죽어도 2월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2월 전대를 하려면 지금 당협위원장을 다 공개 모집해야 하는데 그렇게 면모일신 없이 끝내주는 게 좋다는 얘기냐"고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예정대로 2월에 전대를 하게 될 경우 인적쇄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신임 당 대표에 의해 언제든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당내 주류가 전대 연기론에 제동을 걸면서 전 변호사 및 조강특위의 앞날이 상당히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전 변호사의 해촉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과거 자유선진당 시절 나흘 만에 대변인직을 던져버린 전례를 들어 그가 미련없이 직을 던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의 인적쇄신을 위해 출범한 조강특위는 그대로 좌초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커지게 된다. 정 전 의원의 예측대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종 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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