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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음주운전 경찰청장 내정자? 염치는 어디 가고?

인사청문회는 지난 2000 16대 국회 때 처음으로 도입됐다.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한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을 견제해 권력의 오남용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의 도입 취지에 아주 충실했다. 그들은 고위공직자의 자질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아주 꼼꼼하게 검증했다.

그 결과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위장전입, 부동산 의혹)와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위장전입, 부동산 의혹)가 연달아 낙마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국회 본회의 표결로 낙마), 2006년에는 김병준 부총리(논문표절 의혹)가 취임 13일 만에 사퇴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집권에 성공하자 180도 돌변했다. 엄격하고 세밀했던 검증 기준이 한없이 관대해지고 무뎌진 것이다. 그에 따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는 심각한 결격 사유였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군 면제, 세금 탈루 등이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났다.

기막힌 반전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인사청문회가 자격과 능력을 갖춘 적임자를 고르는 자리가 아닌 누가 더 뻔뻔한가를 겨루는 경연장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양파 껍질',  '고구마 줄기' 같은 표현에 이어 이제는 '의혹 백화점', '의혹 자판기'라는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사정이 이쯤되니 국민들이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느끼는 한심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 오마이뉴스


19일부터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의 부적절한 과거 전력이 공개되며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이번 인사청문회가 공직자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고, 국가 공신력을 또 다시 추락시키는 것은 아닌지 여기저기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내정자에 대한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장에 내정된 직후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의혹,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시위에 대한 과잉 폭력 진압 의혹이 제기되더니, 이후 음주운전 전력과 논문표절 의혹, 재산신고 누락 의혹, 딸의 무경력 취업 의혹 등 갖가지 의혹들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제기된 의혹 중 음주운전 전력과 논문표절은 이 내정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없이 관대하고 넉넉해진 박근혜 정부의 공직 임용 기준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다. 이 내정자는 지난 1993 11 22일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당시 그는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술을 마신 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인한 피해보상금액만 무려 700만원에 달한다. 당시 서울 소재 사립대 등록금이 연 300만원 가량이었음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사고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내정자는 100만원의 벌금형이 처해졌을 뿐 어떠한 내부 징계도 받지 않았다. 아무리 23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안도 아닌 음주운전이라면 유야무야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구나 그는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의 수장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공권력을 집행해야 할 경찰청장 내정자가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느 국민이 납득할까.


ⓒ 오마이뉴스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된(혹은 임명될 뻔한) 고위공직자들의 민낯은 한심하다 못해 참담할 지경이다. 위장전입 문제를 관할해야 할 주무부처의 장관부터가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인사가 기용됐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는 제자의 논문을 가로 챈 인사가 기용됐고, 교육 정책을 총괄해야 할 교육부 장관에는 논문을 표절한 인사를 기용될 뻔 했다. 

어디 이뿐인가. 무기로비스트를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는가 하면, 전관예우와 증여세 회피, 투기 의혹이 있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에 연달아 기용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공직자들의 대부분이 이랬다. 국민 여론에 밀려 임명이 불발된 고위공직자의 자리는 그보다 조금 덜 나쁜 사람들로 채워져 갔을 뿐, 이 흐름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각계각층의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불통 인사와 나사 풀린 청와대 인사 시스템은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논문표절과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에, 심지어 음주운전 전력까지 있는 인사를 경찰청장에 내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이르고야 말았다. 이 지독한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막장 인사는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기막힌 막장극을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저자거리의 흔하디 흔한 도덕 관념인 염치(廉恥) 저들에게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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