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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가족 폭행사건의 오해와 진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임원진 등 일부 유가족들이 대리운전 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력이 오고 갔고 이에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련 CCTV 영상은 물론이고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 진술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고, 이 과정에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 의원이 대리기사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에도 가담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들이 싸움을 말리는 일반시민들까지 폭행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폭행 파문이 일파만파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이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 및 김현 의원의 폭행사실 여부에 촉각을 세우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이 그들을 향한 비난 일색이다.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조롱하려는 듯 대리기사에게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건에 연루된 세월호 대책위 임원진과 김현 의원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살펴보니 대역죄인도 이런 대역죄인들이 없다.





물론 이 글을 통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인 세월호 대책위 임원진과 김현 의원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유를 불문하고 대리기사를 향해 폭언과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들을 향한 사회적 비난과 지탄은 당연한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 법적인 책임도 져야만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가해자들을 향한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책임추궁은 사건의 전후과정에 대한 객관적 사실관계가 드러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폭행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쌍방간에 일어난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사건과 관련된 목격자 진술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증된 것이 없는 사안에 한쪽만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있는 현상 자체도 비정상적일 뿐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가지 확인되지 않은 가설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국정원이 대리기사를 매수해 일부러 사건을 유발시켰다는 이야기도 있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일베 회원이라는 말도 있다. 사건 현장에선 멀쩡하던 세월호 대책위 임원진의 이빨이 어찌된 영문인지 언론에 공개된 이후에 6개나 부러졌다며 자해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고, 사건에 연루된 유가족들이 조폭 출신이라는 허무맹랑한 말들도 떠돈다. 모두 확인되지 않은 채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픽션들이다. 물론 발없이 떠돌던 픽션들 중 어떤 것은 정말 이후에 사실로 판명이 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그저 확인되지 않는 불확실한 가설일 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내가 의아해 하는 것은 최근 며칠 사이에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이상한 징후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의 간절한 바램을 단칼에 잘라내 버린 이후에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세월호와 관련된 행위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교사들의 관련 활동은 물론 학교 앞 1인 시위, 노란리본 달기, 점심 단식, 공동 수업 등을 금지시키라는 내용이다. 때를 맞춰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례적으로 정기국회의 전체 의사일정을 직권 결정했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정치현안을 조율했다. 이상 징후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권력의 충실한 공복인 검찰은 박 대통령의 '모욕' 발언이 나온지 이틀 만에 '사이버 명예훼손 형사처벌 강화'라는 칼을 꺼내들고 인터넷 여론 통제에 나섰다. 


그리고 문제의 유가족 대책위 임원진과 김현 의원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이 터졌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가족과 김현 의원을 향한 무자비한 언어폭력과 인신공격이 도배를 하고 있다. 수구언론과 종편은 물만난 고기마냥 폭행사건의 명확한 진상은 제껴두고 논란만 확대시키는 선정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한편, 유가족 측이나 김현 의원의 입장과 관련한 내용은 배제한 채 대리기사와 목격자의 진술만을 교차편집시키는 일방적인 내용의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언론과 방송의 태도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대통령과 정부여당 및 국가기관의 '세월호 참사 흔적 지우기' 작업과 이번 폭행사건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현재로선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구언론과 친정부 성향의 방송들이 대대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불과 며칠 만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이상징후들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더구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유가족들과 김현 의원을 향한 도를 넘은 무차별적 언어폭력과 인신공격은 사건의 진위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국정원이 불법개입했던 과거의 끔찍한 악몽마저 떠올리게 만든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을 바라볼 때는 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시선과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세월호 대책위 임원진과 김현 의원이 관여된 이번 대리기사 폭행사건은 드러난 사실에 비해 지나치게 침소봉대된 면이 없지 않다. 더구나 이번 사건을 세월호특별법과 연계시키려는 태도는 대단히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물론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유가족 대책위 임원진과 김현 의원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유가족과 뜻을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책임을 통감해야만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아직 사건의 진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사안에 도를 넘는 비난과 인신공격은 지양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비난은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진 이후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유가족 폭행사건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중에서 진실은 아직까지 무엇하나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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