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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아이엠피터가 티스토리를 떠나는 이유

'아이엠피터'는 정치와 사회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정치 시사 블로거의 대명사다. 그는 정연한 논리와 가독성 있는 글로 수많은 독자팬을 구축한 1인 미디어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활동해 왔던 '티스토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아이엠피터'는 최근 포스팅한 글에서 빈번해 지고 있는 다음 측의 명예훼손 관련 블라인드 처리 때문에 고민 끝에 '티스토리'를 떠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독립된 서버를 갖춘 웹페이지를 구축해 기사를 작성할 계획이다.

'티스토리'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아이엠피터'의 글에 동병상련을 느낀다. 필자 역시 '아이엠피터'가 당했던 블라인드 처리를 꽤 많이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정치 시사를 다루는 글의 핵심은 사실관계를 얼마나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밝혀내느냐에 달려 있다. '아이엠피터'는 기사의 정확성을 위해 몇 시간을 자료 조사에 할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기사의 객관성을 위해서 이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 아이엠피터


필자 역시 이 점을 항상 염두해 두고 기사를 작성한다. 정확한 정보와 객관적 사실이야말로 작성자의 논리와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엠피터'가 밝혔듯이 대한민국은 사실관계에 입각한 정확한 기사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명예훼손을 걸고 넘어지면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몇 시간을 공들여 작성한 기사가 순식간에 블라인드 처리되는 황당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필자 역시 이로 인해 많은 글들이 블라인드 처리를 당했다.

그런데 문제는 블라인드 처리에 대한 뚜렷한 이유나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다음 측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관련 글을 블라인드 처리했거나 삭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통보일 뿐 기사의 어떤 내용이 법률에 위배됐는지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블라인드 처리되거나 삭제된 글을 되돌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해당 글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효종 위원장)'와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한다 해도 '방통심의위'는 일반인이 넘기 힘든 '넘사벽'이다.

오늘 '아이엠피터' '티스토리'가 떠날 수밖에 없게 된 사연을 소개하는 것은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상  명예훼손 글에 대해 제3자 신청 또는 직권으로 삭제할 수 있는 규정 개정안을 10일 열릴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요청이나 '방통심의위' 직권만으로도 인터넷 게시글을 마음대로 시정조치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는 곧 군사정부 시절에 자행됐던 미디어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며, '아이엠피터'와 필자 같은 정치권과 사회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1인 미디어를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언론과 방송을 수중에 넣은 정부 여당이 급기야 온라인까지 평정할 태세인 것이다.



ⓒ 미디어오늘


박근혜 정부가 언론 통제에 이어 인터넷 검열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예로 든 '방통심의위'의 개정안 뿐만이 아니라, 최근 언론중재위원회가 발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월 '언론중재위'는 '인격권에 근거한 기사 삭제 청구권'을 신설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사 삭제를 원하는 피해자는 '언론중재위'에 조정중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언론중재위'는 심의를 거쳐 해당 기사는 물론 댓글까지 삭제할 수 있게 된다. '방통심의위'와 마찬가지로 '언론중재위'에서도 기사와 댓글까지 삭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권력층과 밀착돼 있는 사람들에 의해 신고가 남발될 것이고, 그로 인해 그들을 향한 비판 여론이 차단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그렇게 되면 권력과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미디어의 비판 기능은 위축되게 되고,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사회 권력층의 부정과 비리는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정치적 쟁점의 본질과 속성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과연 그것이 누구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관련 개정안를 통해 반사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 국민TV뉴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대통령이 혹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 "지금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가 혹여라도 정권을 잡으면 댓글 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목에 핏대를 세운 당사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대략 난감이자, 엄청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이 나라에서는 그의 말과는 정반대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통심의위' '언론중재위'가 앞다투어 인터넷 여론의 통제와 검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주지한 것처럼 이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통제와 검열을 통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며, 이를 통해 여론을 길들이겠다는 의미다. 박정희 유신독재시대와 전두환 신군부시절에 횡횡했던 미디어 통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집권한 이후 대한민국은 맹렬히 과거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간 정말 헌법을 뜯어 고치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그의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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