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서청원에 SOS? 되살아나는 차떼기의 추억

새누리당이 오는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주도한 권성동 사무총장의 사퇴를 관철시켜 세를 과시한 친박계가 이번에는 당권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가장 유력한 친박 후보는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최경환 의원이었다그러나 그는 지난 총선 패배의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인데다가 후보 난립에 따른 친박계의 분열을 우려해 아직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경환 의원이 여전히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이정현 의원은 단일화는 없다며 사실상 완주를 선언했다. 이밖에 원유철·한선교·홍문종 의원 역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친박계의 당권 경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출사표를 던진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친 모습과는 대비된다. 최악의 경우 8·9 전당대회는 단일 비박 후보 대 친박계의 난립 양상 속에서 치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4·13 총선 패배 이후 극심한 갈등과 대립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비박계 당 대표 선출은 친박의 와해와 레임덕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이런 가운데 원조 친박이자 실세인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해야 한다는 '서청원 출마론'이 거론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청원 의원이 친박계의 내부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적임자이며 당의 화합과 결속을 위한 최고의 카드라는 것이 그 배경이다.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서청원 출마론'은 현재 새누리당이 처해있는 위기의 본질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당의 개혁과 혁신을 이끌어나가야 할 초·재선 그룹들이 올드보이 서청원 의원에게 SOS를 보내고 있는 장면은 그 자체로 코미디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서청원 의원은 무려 8선을 자랑하는 정치의 달인이자 산증인으로 불리우는 인물이다. 무려 40년 가까이 정치계에 몸담고 있었던 정치계의 거물답게 그는 굵직굵직한 정치 비화에 연루되어 있는 문제의 인물이기도 하다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02년 대선에서의 차떼기와 2008년에 불거졌던 공천뇌물 사건이다. 2002년 대선의 '차떼기 사건' 97년 대선의 '총풍 사건'과 함께 아직도 회자되는 대한민국 정치의 흑역사로 기억된다.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당시 기업들로부터 무려 800여억원에 달하는 불법정치자금을 차떼기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뜯어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서청원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12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는 2008년의 공천뇌물 사건에도 연루되어 있다. 2008년 그는 친이계의 친박 학살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친박 연대'라는 기이한 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도 30여억원에 달하는 공천 헌금을 모집해 또 다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불법정치자금과 공천 헌금 수수는 우리 정치를 오염시키온 주된 요인 중의 하나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로 재임할 때마다 불법정치자금과 공천 헌금이 당으로 유입되고 그는 법정 구속됐다. 이는 그가 불법정치자금과 공천 헌금과 같은 부정 비리에 얼마나 취약한 인물인지를 드러내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리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로 거론되는 그가 새누리당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다. 불법정치자금과 공천 헌금 수수로 두번이나 실형을 선고받은 이 구시대의 정치인이 당의 위기를 구해낼 적임자로 추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당내의 초·재선 그룹이다.


ⓒ 오마이뉴스


당내 개혁과 혁신을 선도해 나가야 할 초·재선 의원들이 구시대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서청원 의원의 등장을 요청하는 장면은 대단히 아찔하다. 이 정당에게 드리워져 있는 낡고 오래된 이미지의 실체가 바로 이 장면 속에 투영되어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대로라면 불법정치자금과 공천 헌금 수수 혐의로 두번이나 복역한 서청원 의원은 공직후보자의 자격 자체가 없다차떼기 사건과 공천 헌금 수수의 주역이었던 서청원 의원은 비리 정치인의 전형이라 불리워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3년 재보궐 선거 당시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로 공천되었다.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새누리당의 실세로서 막힘없는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급기야 당의 위기를 추스리기 위한 적임자로 지목받기까지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가 아무리 저급하기로서니 이처럼 원칙도 기준도 없이 막무가내인 정당은 새누리당이 유일하다.

이제 이 낡고 닳은 정당에서는 당내 개혁과 혁신은 고사하고 낡은 구태와 관성을 제어하고 견제할 조직도 인물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한없이 추락시킨 장본인인 서청원 의원을 다시 소환하려는 장면이 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은 조직이 괴사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 정당의 미래가 아주 불투명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람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