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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법 개정안 폐기, 대통령은 행복한가?




정국이 또 다시 얼어붙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가 무산된 반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방안은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어제(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국회법 개정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재의 처리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정국을 뜨겁게 만들었던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가 종료되는 내년 5월 말 자동 폐기된다. 그러나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저녁 9시에 속개된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겸임 의원 5명까지 총동원하며 61개 법안을 단독으로 일괄 상정해 처리해 버렸다. 이에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7월 임시국회 일정이 불투명해지는 등 정국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만든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정부의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 표출 이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격노에 당황하며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그리고 160명의 국회의원을 대표하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90도로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는 촌극도 연출됐다. 날치기로 처리된 법안들 역시 원래의 그림대로라면 야당의 협조 속에 처리될 사안들이었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안 재의 절차 무산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누구 말마따나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국회법 개정안 파문을 두고 진보와 보수진영 가릴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 불통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보수진영의 대통령을 향한 우려와 비판의 농도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정국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의 중심에 대통령의 분노의 정치가 놓여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이라 칭하며 그녀의 모습이 마치 왕이 군림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진보진영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에서조차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진영이 모두 비판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 오만과 불통은 대통령 당선 직후인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고질적 병폐에 가깝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과 임기초 거듭된 인사실패로 각계각층과 국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당시 모든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밀스런 인사스타일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고, 원활한 국정을 위해서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인사잡음은 끊임없이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국정은 꼬여만 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독단과 독선적인 국정운영 스타일과 오기와 분노의 정치 역시 취임 이후 늘 지적받던 내용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용하는 인사들은 조직문화와 위계질서가 몸에 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판과 쓴소리를 싫어하고 독단적이고 권위적이라는 방증이다. 대화와 타협을 찾아볼 수 없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집권 초 큰 논란을 빚었던 정부조직법 파행문제와 이번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전에는 대화와 조정 화해는 없다. 심지어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한 만남조차도 없다. 오직 자신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독선적인 태도만을 고집하고 있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재선까지 성공했던 타르야 할로넨은 퇴임할 때의 지지율이 무려 80%에 가까울 만큼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한 몸에 받던 정치인이었다. 그녀가 재임했던 12년 동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세계 1위, 국가경쟁력 세계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세계 1위 등 대부분의 국가사회경제 지표에서 눈부신 발전과 성취를 이루었다. 핀란드 국민들은 그녀를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엄마'라는 의미에서 '무민 마마(Moomin Mama)'로 부른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해 온 그녀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찬사다. 대통령을 향한 이보다 더 멋들어지고 행복한 헌사가 또 있을까?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김덕룡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태생적 한계와 자라온 환경, 따르는 사람의 성향으로 볼 때 대통령이 되며 미래보다는 과거로, 권위주의와 분열, 갈등의 시대로 갈 수 밖에는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정확한 평가다. 관치시대에서나 통용될 국정철학을 지닌 박근혜 대통령이 자율과 소통, 조정과 합의를 중시하는 요즘 세태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녀는 아버지 시대에서나 가능할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통치해 나가고 있다. 


집권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은 이처럼 여왕의 그것에 비견될 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왕'처럼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르야 할로넨의 '무민 마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 독단과 독선으로 오기와 분노로 똘똘뭉친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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