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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미정상회담 타결..아베와 홍준표가 당혹스러워하는 이유

ⓒ 오마이뉴스


한반도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급속한 변화에 국제사회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외신들이 일제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상황을 예측하는 다양한 분석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은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경험과 통념을 일거에 무너트리는 엄청난 변화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방북할 당시만 해도 이 정도까지의 급격한 변화를 예상한 이는 없었습니다. 특사단의 의제는 주로 남북정상회담 일정 조율과 북미대화 주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 설득 등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특사단은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 넘는 '어머어마한' 내용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을 깜짝 놀래키는 전폭적인 제안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비핵화 의지 천명, 대화 기간 중 추가 핵 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남북정상간 핫라인 설치, 한미군사훈련 수용 등 김 위원장이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밝힌 내용들은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정 실장은 이를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한에 덧씌여져 있는 불신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김 위원장의 파격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9일(한국시간) 전격 타결된 북미정상회담 소식은 '외교적 사변'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전 세계를 큰 파장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 실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로 오랫동안 경제적 압박에 시달려온 상태입니다. 김 위원장의 제안은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던 북미관계를 정상화시켜 대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비핵화를 통해 체제 보장과 북미 수교까지 나아가려는 전략적인 판단인 것입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언급하는 등 강경 태도를 고수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비지니스' 마인드가 이번에도 빛을 발휘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핵 문제를 타결시킴으로써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노벨평화상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요청을 전격 수락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6·25 전쟁 이후 65년간 이어지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외신들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한반도의 군사·외교적 대립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렵게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 진작을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화로 급물살을 탄 남북관계 개선과 해빙 무드, 나아가 북미관계 개선이 떨떠름한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언론조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의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일본의 아베 정권과 자유한국당이 그 주인공입니다. 문재인 정부 주도로 남북긴장관계가 완화되고 나아가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자 '재팬 패싱' 흐름을 우려하던 아베 신조 총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한반도 안보불안을 국내 정치에 적극 활용해온 아베 총리에게 현 상황은 달갑지 않은 돌발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잇따른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자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이용한 '북풍 몰이'로 위기를 벗어난 적이 있습니다. 북한발 위기를 국내정치로 끌어들여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국면 전환에 성공한 것입니다.

북한의 핵도발 위협은 그동안 '자위대 합헌화'를 공공연히 밝혀온 아베 총리의 헌법개정 움직임을 견인해온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은 아베 내각의 대내외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일대 사건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베 총리가 북미정상회담 성사 소식에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변화를 평가한다"면서도 다음달 초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전격 밝힌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소식에 불편한 속내를 보이기는 한국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9일 6·13 지방선거 공약개발단 출범식에 참석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북핵 폐기가 아니고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북핵 동결 인정하자는 그런 식의 접근은 한반도 5천만 국민에게 국가적 재앙이 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협상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오늘 워싱턴 발표로 우리 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류적 시각과는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홍 대표는 1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이 또 한 번 핵 폐기가 아닌 핵 중단을 이야기하면서 벌이는 남북평화 사기극에 놀아난다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누란의 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각을 세웠습니다. 김 위원장의 거짓 위장평화 공세에 문재인 정부가 속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어려운 대외상황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를 이끌어낸 문 대통령의 노력을 국제사회가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반응입니다.

경제와 안보가 보수를 상징하는 두 가지 핵심 가치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 중 특히 '안보 이슈'는 한국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아베 내각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국면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삼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당 역시 '북풍'을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북한의 존재는 거 국면이라든지 정치적 위기의 순간에 한국당이 가장 손쉽게 꺼내들 수 있는 전략적 '상수'입니다. 반공이데올로기와 결합한 색깔론이 한국당에게 엄청난 정치적 효과를 안겨주었던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당의 날선 반응은 이와 연계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북 분단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온 한국당으로서는  갑작스런 남북해빙 무드를 반길 수 없는 입장입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이 와해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뤄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안보문제는 한국당이 보수결집을 위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입니다. 지난 5일 홍 대표가 '북핵폐기추진특위'  위원장에 김무성 의원을 임명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런데 이 효과적인 카드가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 도래한 것입니다.

물론,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한국당의 정치적 스탠스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섯불리 장미빛 전망에 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당의 주장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점검해야 할  종속 변수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북한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나타낸 데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 정부 고위관료들 역시 북미정상회담 결정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역시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냉전 질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변곡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금껏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열린 셈입니다. 그러나 한국당의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가늠할지도 모르는 중차대한 순간에도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임에도 철지난 색깔론과 이념공세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상시적 전쟁위험에 빠져있는 한반도의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역사적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엄중한 회담인 만큼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제1야당인 한국당 역시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한국당은 역시나 '클라스'가 남다른 모양입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관련해서 사사건건 반대와 몽니를 일삼아오더니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공존과 번영을 위한 소중한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것이 못내 못마땅한 이들이 있습니다. 아베 내각과 한국당은 아마도 후자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한반도에 냉전이 아닌 평화가 깃드는 것이 영 불편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평화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는 엄중한 시국임을 상기하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반동적'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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