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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월호특별법, 본색을 드러낸 새누리당

세월호 유족들이 거리로 나섰다. 유족들은 추석 연휴를 맞아 서울역과 고속터미널 등지에서 시민들을 향해 특별법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청와대는 응답하라'라는 구호와 함께 특별법 제정에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개강도 반납한 채 거리행진에 나섰고, 천주교의 최고의결기구인 주교회의는 세월호 특별위원회라는 공식기구까지 만들며 특별법 제정을 지원키로 했다. 


또 가수 김장훈씨와 이승환씨, 방송인 김제동씨, 영화감독 봉준호, 박찬욱씨 등을 비롯한 영화인들과 연예인들도 오래 전부터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유족들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행동하게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들의 기저에 '의''협'에 대한 본능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거창하게 '정의'의 숭고함을 거론할 것까지도 없다. 잠자고 있던 '의'와 '협'의 본능은 대개 보편적 상식이 파괴되고 짓밟히는 순간에 깨어난다. 300명이 넘는 승객들이 목숨을 잃은 대형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 동안의 관행과 정부여당의 행태로부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와 믿음을 전혀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하는 것도 보편적 상식에 부합한다. 그런데 이 보편적 상식이 정부여당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린다느니, 세월호 국면 때문에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느니, 종북세력이 개입되어 있다느니, 유족들이 진상규명보다 보상에 더 관심이 많다느니 따위의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 상식을 믿으며 살아가기에는 이 시대는 지나치게 불의하고 완악하다. 이 시대가 얼마나 불의한 시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어제(5일)국회에서 또 다시 발생했다.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은 5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심재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같은 당 의원 10명이 함께 발의한 이 개정안은 같은 장소에서 연속해서 30일을 넘게 시위 및 집회를 하면 경찰이 제재를 가할 수 있고, 문화재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시위 및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법안이 누구를 겨냥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문화재로부터 100m 이내의 같은 장소에서 30일 넘도록 시위 및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 뿐이다. 적용할 수 있는 표본이 이처럼 명확한 경우도 극히 드물다. 누가 봐도 그 의도가 뻔해 보이는 '뻔뻔한' 개정안에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 정의당 가릴 것 없이 야당은 이 어이없는 시대착오적 법안의 즉각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심재철 의원은 세월호 국조특위의 위원장이었다. 지난달로 활동을 끝낸 국조특위가 특위기간동안 해 온 일을 찾기 위해서는 허블 망원경 정도는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시력으로는 도저히 찾을래야 찾아 볼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호 특위위원장이면서도 세월호 유족을 폄하하는 문자를 지인에게 전송하는 발칙함을 보여준 전력도 있다. 이런 자가 특위위원장이었다면 국조특위가 아무 소득없이 끝난 이유가 쉽게 납득이 간다. 뿐만 아니라 국조특위 청문회, 세월호특별법이 왜 공전  중인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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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 여론을 무마시키고 허울뿐인 특별법을 만들기 위한 새누리당의 시커먼 속내가 심재철 의원의 모습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신독재세력으로부터 자기분열해 현재에 이른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는 동안 국가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사람들이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고 나아가 '의'에 합당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거악'에 맞서 싸워왔던 수많은 민초들의 의기로운 행동들이 처음부터 정의에 대한 사명감과 당위로부터 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보다는 보편적 상식이 지켜지지 않고, 진실이 거짓으로부터 위협당하고, 부당한 처사들이 당연시될 때, 사람들의 가슴에 '의'와 '협'의 감정들이 달구어지고 급기야 터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독재를 무너뜨린 4•19도, 전두환의 압제를 종식시킨 87년 민주항쟁도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그런 면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보편적 상식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들이다. 


나는 이들처럼 보편적 상식의 참다운 가치를 믿으며 의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듯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는 보다 정의로워지게 될 것이고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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