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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에게 '인권 침해'를 주장할 자격이 있을까?

ⓒ 오마이뉴스


17일 CNN이 깜짝 놀랄만한 내용을 보도했다. 요약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거다. CNN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제법률팀으로 알려진 MH그룹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 를 인용해 해당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기사를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어안이 벙벙해진다는 말이 이런 느낌일까. 박 전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제 수용'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권 침해라니. 생뚱맞기가 이를 데가 없다.

게다가 보통 이런 류(?)의 기사는 제 3세계 독재국가에서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다 투옥된 야당 인사에게나 어울릴 법한 내용이다. 이를테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맞서다 수감된 장준하 선생이라든가, 'YH 여공 신민당사 농성 사건'으로 의원직을 제명당하고 가택연금을 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 전두환 신군부세력에 의해 내란모의 혐의를 받고 사형선고를 언도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경우 말이다. 그런데 민주화 투쟁 이력도 전혀 없고, 인권 문제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CNN의 보도에 따르면, MH그룹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갖혀 있으며, 불이 계속 켜져 있어서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고서에는 박 전 대통령이 허리 통증과 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영양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박 전 대통령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지만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자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과 소셜네크워크가 발칵 뒤집어졌다. 개중에는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동정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판과 비난 일색이다. 왜 아니 그럴까. 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짓뭉갠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제 한 몸 살아보겠다고 무책임한 '옥중 정치'를 이어가고 있으니 성토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일반인 수감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혜를 받고 있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운운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터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하명만을 기다리는 충복들에 둘러싸여 있던 그가 아닌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대한민국 국정을 '좌지우지' 하던 절대권력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랬던 그가 고작 '3.05'평 크기의 독거실에 갖혀 있어야 하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답답하기가 오죽 하겠는가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이 누구던가. 행여 옥체가 상할까 국내 최고의 의료진으로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특별관리를 받아온 존귀한 몸이 아니신가. 불철주야 공사가 '다망하신' 관계로 일반적인 진료는 물론이고 면역력 향상과 피로회복에 탁월하다는 태반·감초·백옥 주사까지 수시로 챙기셨던 분이시다. 어디 그뿐인가. 그것 만으로는 도무지 성이 차질 않았는지 외부의 눈을 피해 비선진료와 기치료까지 알뜰히 받아오신 절대존엄이 바로 박 전 대통령이다.

음식은 또 어떠한가. 몸에 좋은 갖가지 제철 식재료로 끼니마다 최고 수준의 식탁이 차려진다. 때때로 송로버섯, 삭스핀 같은 진귀하기 이를 데 없는 값진 요리로 몸보신을 하는 등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식사를 지난 4년 동안 해왔을 터다. 모르긴 몰라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고 존엄의 식탁과 수감자의 식탁을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 영양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나름 이유있는 항변이다.


ⓒ 오마이뉴스


한편으로 박 전 대통령은 결벽에 가까운 깔끔함과 성품으로 유명하다. <중앙일보>의 이상헌 사회2부장이 2016년 12월 14일 쓴 칼럼의 내용을 소개한다. 2013년 11월 4일 당시 영국 순방 중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다. 그런데 그날 밤 이 호텔에서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진다. 청와대 측이 박 전 대통령이 묵을 객실의 메트리스를 새것으로 바꾸고, 욕실의 샤워꼭지를 한국에서 공수해간 제품으로 전격 교체한 것이다. 이에 호텔 측이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유난(?)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청와대는 객실에 조명등과 스크린 형태의 장막까지 따로 설치했다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대단하다'.  "대통령이 머리 손질과 화장을 하는 곳은 대낮처럼 밝아야 하며, 대통령이 거울 보는 곳의 뒤편에 흰 장막을 쳐 거울 속에 대통령의 모습이 비칠 때 다른 사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단다. 칼럼의 내용대로라면 하룻밤 머무는 것치고는 호텔 측에 꽤 까탈스런 요구를 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변기 공주'라는 남사스런 별칭이 따라붙기도 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시장 재직 시절 박 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멀쩡하던 변기를 새것으로 교체한 일화를 밝히면서부터다.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남다른 성품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유별나게 깔끔했던 박 전 대통령이기에 접이식 메트리스와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변기를 사용해야 하는 낯선 현실을 '더럽고' '차갑다' 여기는 것일 테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할 소리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소리가 있다. 개념의 상대성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더럽게 차가운 감방"이 다른 누군가에는 초호화 스위트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반 수감자들의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제공받고 있는 독거실, 하루 두번 꼴의 변호사 접견, 잦은 의료 진료와 교도소장 접견 등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 나라에는 박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곳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더구나 인권 침해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할 입장이 전혀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을 후퇴시킨 장본인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박근혜 정부의 인권 의식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4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2016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부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블랙리스트' 파문은 또 어떠한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을 차별하고 배제시킨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야말로 '문화 탄압'이자, '인권 탄압'의 끝판왕이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는 중대범죄다. 이와 관련된 박근혜 정부 인사 다수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을 권위주의 시절로 퇴행시켰다 평가받는 박 전 대통령이 뜬금없이 인권 타령을 하고 있으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거울에 다른 것이 비치지 않도록 장막을 치는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 밖에는 안중에 없다는 거다.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이 그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자신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얼마나 심각한 상처와 고통을 입었는지 성찰하지 못하고 '인권 탄압'을 주장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삶의 이력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가 인권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인권 탄압과 유린이 횡행했던 박정희 유신독재시대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수혜자이자 상속자다. 재임하는 동안에는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을 후퇴시켰다 평가받고 있는 범죄의 피의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인권 탄압'을 말할 자격이 없는 이유일 터다. 그런 연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묻는다. 인권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마시라. 인권에 대해 한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어찌 그리 뻔뻔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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