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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17년의 홍준표가 2011년의 홍준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 오마이뉴스


이변은 없었다. 자유한국당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 결과 홍준표 후보가 원유철·신상진 후보를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인단 사전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모두에서 두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며 '어대홍(어차피 대표는 홍준표)'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시켰다. 흥미로운 것은 홍준표 후보가 70%를 차지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무려 72.8%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심이 홍준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홍준표 후보는 30%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에 가까운 49.4%를 기록하며 손쉽게 당권을 거머쥐었다. 


한국당이 홍준표 대표 체제로 갈아탐에 따라 당내 권력 재편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선 이후 홍준표 대표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던 친박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친박계는 여전히 명실상부 한국당의 최대 계파다. 그러나 전당대회 결과 당심은 물론이고 지지층 역시 홍준표 대표에게 압도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급속하게 세가 꺾인 데다가, 조직의 쇠락과 혼란을 수습할 구심점이 없다는 사실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게다가 홍준표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하면서 친박계의 당내 영향력이 급속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홍준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의 전면에 소위 핵심 친박 분들이 나서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파탄에 연관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은 앞으로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으로 본다"며 친박계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친박계의 불투명한 앞날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에 반해 홍준표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지 불과 두달여 만에 제1야당의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이빨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친박계의 궁색한 현실로 볼 때 홍준표 대표는 당분간 특유의 강력한 지도력을 앞세워 당 재건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악화된 여론,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직기반의 붕괴와 리더십 부재 등으로 친박계의 지중지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앞으로의 몇 개월이 당은 물론이고 홍준표 대표의 정치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함의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이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결연한 의지와 남다른 각오를 담아낸 대표 수락 연설이 그 방증이다. 홍준표 대표는 취임 직후 열린 수락 연설에서 "자유한국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이를 위해 "단칼에 환부를 도려내는 육참골단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외부인사 위주의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정책·인적에 이르는 3대 혁신을 추진하고 당 윤리위도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적 이익만 쫓아 몰려다니는 권력 해바라기, 가치와 이념도 없는 무능 부패정당은 희망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수락연설이 특히 눈에 띄였던 것은 그동안 정부여당에 독설과 막말을 서슴치 않았던 홍준표 대표가 당과 보수재건을 위한 선결과제로 내부 혁신과 인적 청산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종북몰이와 색깔론, 갖은 독설과 막말로 정부여당에 무차별적 공세를 이어갔던 홍준표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외부가 아닌 내부로 시선을 돌린 것은 평가할 만 하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의 1차적 책임이 당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문제의 해결 방법 역시 당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당 혁신과 보수 재건을 꿈꾸고 있는 홍준표 대표가 환기해야 할 것이 있다. 홍준표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1년 7월4일 한나라당(현 한국당)의 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계파 갈등 극복과 당 개혁 등의 과제를 전면에 내세워 당 대표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나를 당 대표로 뽑은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비주류이고 계파가 없는 나를 대표로 뽑아준 것은 위기를 돌파하고 국민 속으로, 서민 속으로 들어가라는 국민과 당원의 요구하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계파 청산과 당 개혁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출범한 '홍준표호'는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좌절에 이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이 연루된 디도스 사태,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 등으로 한나라당이 '풍비박산'의 위기에 처하자,  홍준표 대표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해 12월9일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당시의 실패는 홍준표 대표가 막강한 조직과 세를 갖춘 친이계와 친박계의 권력 투쟁을 제어할만한 조직과 세를 갖추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에게 첨예했던 계파 갈등과 당내 제반 문제들에 대처해나갈 역량과 자질이 부족했던 탓도 컸다. 


게다가 당시 홍준표 대표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허무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해 당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고 발뺌하는가 하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도록 만든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승리"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등 민심과 철저하게 동떨어진 대응으로 일관하며 원성을 샀다. 그로 인해 당안팎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내 분란과 혼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가 임한지 불과 5개월 만의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당 대표직 사퇴였다. 


돌도 돌아 다시 한국당의 선장이 된 홍준표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당을 바로 세우고 보수세력을 재건하겠다고 웅변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럴 터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망국적인 지역갈등과 시대착오적인 이념 갈등에 의존하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물과 조직, 시스템을 구비해 건강하고 따뜻한 보수의 면모로 일신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만 외쳐대는 고리타분한 타성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건설적인 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야 된다는 뜻이다. 홍준표 대표 스스로가 천명한 것처럼 모두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바꿔야 한다. 물갈이 수준의 강력한 내부 혁신 작업을 통해 과거와 확실히 단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태스러운 발목잡기식 대여투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여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당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홍준표 대표가 2011년 '홍준표의 실패'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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