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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유한국당 왕따 시나리오, 실현될까?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하고 그래도 이게 국회이기 때문에 저희는 협치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끝까지 노력을 해 볼텐데. 정말 정말 끝까지 막으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하고 상의를 좀 해 봐야죠."

'울컥 우원식'으로 화제가 됐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추가경정예산안 등 국정 운영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추경안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설득해서 추경안 심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렇게 대답한 것이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발언은 최선을 다해 설득하되, 끝까지 반대할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국민의당·바른정당과 추경안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협치'는 조기대선으로 들어선 새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 중의 하나였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과정을 거치며 갈라진 국론의 치유와 통합이 절실한 데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도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결하기 때문이었다.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야당에 몸을 낮추며 국정 운영의 협조를 당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임을 감안하면 야당의 동의 없이는 정책 과제는 물론이고 그 어떤 개혁 입법도 추진되기 어려운 탓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 적잖이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왔다.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야당 원내대표들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을 추진했고, 오찬 자리에 먼저 나와 기다리는 등 국빈급 예우를 갖추었다. 국회 시정연설 중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시위를 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연설이 끝난 뒤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는 이를 두고 "대통령이 이렇게 야당에 잘해준 적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더 잘해 줘야 하는 거냐"며 한국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발언은 바로 그 때문에 눈길을 끈다. 민주당의 대야 전략이 수정될 수 있다는 함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한국당 등 야당과의 협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대여 강경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당의 결사 반대로 인사청문회, 추경안, 정부조직법 등의 처리가 줄줄이 가로 막히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를 '울컥'하게 만든 지난 22일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 역시 한국당의 반대로 한 시간도 못돼 협상이 결렬됐다.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40여일이 지났지만 국회는 여전히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각 구성은 물론이고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등 처리해야 할 의제가 산적해있는 상태다. 여기에 당초 여야가 처리하기로 약속한 기초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들의 처리마저 불투명해지면서 6월 임시국회는 식물국회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래나 저래나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하는 형국이다. 그런 면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의 발언은 새 정부를 향해 반대만 외치고 있는 한국당에게 무작정 끌려갈 수 없다는 현실적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 해석해 볼 수 있다. 


ⓒ sbs.co.kr


한국당을 배제한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사이의 공조 가능성은 이미 지난 12일 한차례 확인된 바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 여야 3당이 추경안 심사를 시작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당시 여야 3당은 추경 편성의 요건과 내용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단 추경 심사는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 반발해 회동에 불참한 정우택 원내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바 있다.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과 사이의 협치 가능성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는 한국당과는 다르게 두 야당은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정책 논의 과정에는 참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두 야당과의 생산적 논의와 절차적 제휴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 있는 편이다. 반대 결론을 미리 내놓고 대화 자체마저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과 달리 두 야당과는 협의를 통해 타협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부의 분위기도 한국당과는 확연히 다르다. 국민의당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호남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협조할 건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정부여당에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보다는 건설적인 비판을 통해 한국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바른정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 중인 하태경 의원이 '뺄셈 야당'이 아닌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덧셈 야당'이 되겠다고 공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로 인해 난처해진건 한국당이다. 대여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를 통해 한국당이 얻는 실익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당이 국회 의사일정의 전면 보이콧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청문회 일정에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사이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두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협의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사와 추경안 등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국회 의사일정에 대한 논의와 정책 심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한국당의 고민은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실제로 정책적 연대에 나설 경우 시쳇말로 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선진화법을 넘어설 수 있는 의석수가 확보되기 때문에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등은 물론이고 개혁 입법 역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한국당의 입지를 곤궁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당의 묻지마 반대에 대해 자성과 성토의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국정 발목잡기 규탄 시위는 민주당과 두 야당의 정책적 공조를 위한 명분이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민주당과 두 야당 사이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 솟구치고 있는 비판 여론, 그리고 새 정부를 지지하는 압도적인 민심을 감안한다면 한국당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반대만 한다면 한국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인 정치권의 '한국당 왕따 시키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풍에 날아가지 않으려면 몸을 바짝 엎드려야 한다. 전략 수정만이 살 길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이성적 행태를 고집하는 한, 한국당이 파국을 피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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