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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변 위협? 고영태와 노승일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 오마이뉴스


지난해 12월7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였다.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그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머뭇거림 없는 속시원한 증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이를 부인하느라 진땀깨나 흘렸던 다른 증인들에 비하면 그는 시종일관 침착했고 논리정연했다.

청문회 이후 고 전 이사는 스타가 됐다. 다른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적극적으로 최씨 관련 의혹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그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최순실의 '수행비서'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최씨의 성격과 인성 등 말하기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증언을 했다. 이에 청문위원들이 증인을 칭찬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 전 이사를 향해 "고영태 증인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최초 당사자다. 그의 폭로 이후 언론은 최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계기로 최씨가 자행한 국정농단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며 커다란 화제를 불러모았던 고 전 이사가 정작 청문회 이후 극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과도한 언론의 관심과 세간의 시선, 신변 위협에 따른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고 전 이사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피해 모처에서 심신을 추스리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고 전 이사가 세간의 시선에서 멀어지자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17일 고 전 이사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까지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헌재는 고 전 이사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경찰을 통해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그의 행방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에 일각에서 고 전 이사의 신변을 두고 갖가지 이상설이 제기된 것이다.

태국 잠적설에서 사망설에 이르기까지 갖은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저녁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씨는 더 이상 세상에 나서기 싫어했다"며 "본인의 사생활을 더 이상 침해받는 일은 안 하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어 손 의원은 고 전 이사가 서울 모처에 있다고 밝히며 신변 이상설이 근거 없는 낭설임을 입증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역시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 전 이사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주 기자는 "고영태씨의 안위를 걱정하는 분이 많다고 하자, 비상연락망을 통해 고영태씨의 연락이 왔습니다"라면서 "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 연락드립니다. 지금은 상처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지요"라는 고 전 이사의 메시지를 함께 적었다.


ⓒ 오마이뉴스


세간의 우려와 달리 고 전 이사의 신변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 전 이사의 상황을 안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명령과 복종,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맹위를 떨치는 전근대적인 사회에서는 권위와 통념에 대한 도전은 그에 따른 대가를 반드시 치르기 마련이다. 더욱이 고씨와 같은 '공익제보자'의 경우는 괘씸죄가 추가돼 권력과 조직으로부터 혹독한 응징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한 '공익제보자'는 대부분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삼성 X파일'에 등장하는 검사의 실명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해야 했고, 장진수 전 주무관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폭로한 것이 문제가 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야당에 제보한 국정원 직원은 조직의 고강도 색출 작업 끝에 발각되어 결국 파면당했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은폐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역시 끝내 옷을 벗어야 했다. 이밖에도 '공익제보자'가 권력과 조직으로부터 부당하게 압력과 징계를 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고 전 이사 역시 그들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사생활 침해는 기본이요, 신변에 극심한 위협을 느낀 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청문회 스타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역시 마찬가지다. 노 부장 역시 청문회 이후 사퇴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미행을 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신변 위협을 토로한 바 있다. 이쯤되면 국가 권력의 부정·비리를 폭로하고 이후 야기될 부당한 압력과 위협에 굴복·순응하지 않는 그들의 용기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고 전 이사의 폭로가 나온지 몇개월 사이에 우리 사회는 질풍노도와 같은 격변이 일어났다. 10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한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며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부르짖었다. 이에 대통령이 탄핵됐고, 국정농단을 방조한 새누리당은 분열했다.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짖누르던 부조리와 적폐는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의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기회에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는 당위가 곳곳에서 넘쳐난다.


달라진 것은 비단 우리 사회뿐만이 아니다. 고 전 이사와 노 부장을 둘러싼 환경도 덩달아 급변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 반면, 두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두 사람이 직면한 위기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과 전근대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그들의 신변에 경고등이 켜진 이 상황을 그냥 흘려 보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고 전 이사와 노 부장의 신변을 걱정하고 있다.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고 전 이사와 노 부장의 미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결말과 궤를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게이트의 실체가 낱낱히 밝혀지고 관련 인물들이 공의로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면 그들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수많은 공익제보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가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고 전 이사와 노 부장을 지키기 위한 상수가 다름 아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 규명에 있다는 뜻이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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