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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거연령 하향 반대하는 바른정당, 진짜 '바른' 정당 맞나?

ⓒ 오마이뉴스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에도 만18세 선거권 문제가 공론화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새누리당의 결사 반대에 가로막히자 야당은 차선책으로 투표권을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 법안 처리와 선거연령 하향 문제의 '빅딜'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의 제안에 난색을 표명했다. 새누리당이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젊은층의 투표 성향상 이 문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직감한 탓이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자기 목에 방울을 달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의 거부로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다시 한번 없던 일이 됐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선거연령  하향 문제가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가 선거 때마다 부각되는 것은 만18세 선거권이 민주주의의 핵심원리 중 하나인 참정권 확대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선거연령 하향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되는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됐다.


지난 1월11일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개정안의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원인은 '역시나'였다. 이번에도 새누리당과 그로부터 떨어져나간 바른정당이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았다. 이런저런 반대 이유를 에둘러댔지만 그들의 본심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해온 새누리당이야 그럴 수 있다 치고,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른정당이다. 당초 투표연령 하향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가 하루 만에 백지화시키더니, 협의가 더 필요하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라더니 바른정당을 향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르다'는 '겉으로 보기에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다 없다',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않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바른정당이 당명에 '바르다'를 집어넣은 것도 사전적 의미에 걸맞는 깨끗하고 상식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였을 터다. 그런데 당명대로 '바른' 정치를 표방할 줄 알았던 바른정당이 선거연령 하향 문제에 있어서는 전혀 '바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려 바른정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바르기는커녕 완전히 삐뚫어져 있다. 당리당략과 이해타산에 함몰돼 상식과 사리에 어긋나는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는 탓이다. 



ⓒ 오마이뉴스


만18세가 되면 미성년자의 꼬리표가 떼이는 것은 물론 군대, 운전면허 취득, 취업 등 다양한 법적 권리를 갖게 된다. 게다가 만18세는 부모 동의 없이도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자기결정권이 주어진 만18세가 유독 할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투표다. 이해당사자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남녀칠세부동석'에 버금가는, 세상 물정과는 아주 동떨어진 고루한 법규정이 아닐 수 없다.

18세 선거권 제한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은 세계적 흐름과 비교해도 확연하다. 현재 OECD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18세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각 나라들이 청소년들을 사회구성원의 일원이자 의사 결정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오직 우리나라만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세계화, 세계화를 부르짖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민주주의와 관련된 것들은 대부분 바닥을 향해 질주 중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8월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즈음 김신기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공청회에서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독자적인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중앙선관위조차 선거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마당에 정치권이 만18세의 선거권을 제한할 근거와 명분은 지극히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촛불 정국에서 드러났듯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와 정치 수준 역시 대단히 높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은 놀라우리만큼 월등하다는 것이 촛불 집회를 통해 여실히 확인되었다. 사회 제반 문제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능동적 주체인 청소년들의 선거권을 정치권이 제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18세 연령자는 심신의 발육이 충분치 못해 판단능력이 부족한 '행위무능력자'들이기 때문에 선거연령을 하향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청소년들이 전교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이밀기도 했다. 이같은 황당하고 해괴한 주장의 저변에는 청소년들을 기성세대의 규범과 제도 아래 묶으려는 전근대적인 사고가 깔려있다. 


바른정당은 건강한 보수를 지향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며 새누리당으로부터 분열해 나온 정당이다. 그런 그들이 선거권 하향 문제를 두고 연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구태를 벗어나겠다더니 제 버릇 남 못주는 모양이다. 유권자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대의민주주의의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거연령 하향에 또 다시 딴죽을 걸고 있는 바른정당, 그 이름 앞에 붙은 '바른'이 과연 우리가 알고있는 그 '바른'이 맞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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