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좀비 검찰에게 '박근혜 게이트' 수사를 맡길 수 없다

올 한해 한국 영화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가 등장했다. <곡성>, <부산행>, <서울역> 등으로 이어졌던 좀비물이 그렇다. 미국 B급 호러물에 자주 등장하는 좀비가 한국 영화의 소재로 차용되는 건 낯설고 생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생경한 소재가 대중의 관심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죽은 시체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것도 그렇고, 괴기스럽고 흉측한 형체는 극도의 혐오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온 몸을 시뻘건 피로 덧칠한 채 인육을 먹는 장면이나,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 뿐인 육체를 보는 것도 고욕이다.

그러나 사실 좀비물이 생리에 맞지 않는 까닭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도 좀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좀비에 물린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좀비가 된다는 이 설정이 영 떨떠름하다. 좀비의 전염성은 누구든 좀비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 놓는다. 멀쩡한 사람도 물리는 순간 좀비가 된다. 이 극강의 전염성이야말로 살아있는 공포 그 자체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에 불과할 뿐이다. 애초 부두교의 샤머니즘적 의식에서 출발한 좀비 캐릭터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새빨간 이빨을 드러내며 죽기살기로 달려드는 좀비가 현실세계에 존재한다면, 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섬뜩하다.

그런데 세상은 비현실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비현실이 되는 곳이다. 현실을 은유적으로 들여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말로 
좀비물의 주요 무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대유행한 좀비물의 주제가 그러했듯 대한민국이야말로 비이성과 광기로 가득한 좀비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검찰조직도 예외는 아니다. 


ⓒ 오마이뉴스


좀비와 대한민국 검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둘은 서로 닮아 있다. 어쩌면 영혼은 죽고 형체만 남은 존재인 좀비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자 사정기관인 검찰을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둘의 행태와 습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좀비와 검찰. 이 둘은 어떻게 닮아 있을까. 

좀비는 영혼이 없는 존재들이다. 오직 육신만 살아남아 맹목적으로 인간을 살육해 나간다. 영혼이 없으니 이성과 합리, 상식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검찰은 어떤가. 검찰 역시 국민으로부터 영혼없는 존재라는 치욕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권력의 편에 서서 이성과 합리, 정의와 상식을 좀먹는 정치 검찰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권력의 주구, 떡검, 색검, 썩검 등등의 오명이야말로 검찰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민낯이다.

지난 2016 3월 참여연대는 검찰과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박근혜정부 3년 검찰보고서>.  3부로 되어있는 이 보고서에는 박근혜 정부 3년 동안의 검찰 주요 사건수사 23건이 망라되어 있다. 23건의 사건들은 각각 ▲권력형 비리 부실 수사(8),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봐주기 수사(5),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과잉 수사(7), ▲재벌·대기업 봐주기 수사(3)로 나뉘어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검찰보고서> '국민 위에 군림하고 권력에 봉사하는' 검찰의 현주소가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는 수치스런 기록이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들을 향한 세상의 조롱섞인 시선조차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간을 살육해야 한다는 무의식에 휘둘리는 좀비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권력과 자본의 지배를 받는 조직으로 전락해 버린 탓이다.

본디 좀비는 노예로 길들여진 존재다. 하버드 대학의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스 교수는 부두교의 사제였던 보커(boker)가 환각을 유발시키는 약물 등을 이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정신을 무력화시킨 뒤 노예로 삼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외부적 압력에 의해 주체적 인격을 상실한 뒤 보커의 정신적·육체적 노예가 된 사람이 좀비였던 것이다.


ⓒ 오마이뉴스



노예는 주인의 말에 복종하도록 철저하게 길들여진 존재다. 미국 영화계가 혼이 나간 인간을 모티브 삼아 좀비물을 대량 유통시키기 전까지 좀비는 주인의 말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진 노예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모습은 권력의 하명에 따라 움직이도록 길들여진 검찰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좀비가 보커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존재라면 검찰은 권력에 한없이 굴종하는 존재다. 

이 둘은 감염에 아주 취약한 존재라는 점에서도 흡사하다. 멀쩡한 인간도 좀비에게 물리면 이내 '인간성'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눈과 목이 돌아가고 피부 역시 변색되며, 알 수 없는 외계의 언어를 내뱉으며 미쳐 날뛴다. 검찰도 이와 비슷하다. 모든 초임 검사는 검사선사를 한다. 정의로움 일색인 검사선거의 내용대로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악이란 악, 온갖 부정 부패와 비리 등은 진작에 사라졌을 터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욱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대한민국 검사의 대부분이 검사선서를 할 때의 사명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의로움과 정의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검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검찰 자체가 권력과 자본의 통제 아래 놓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의기와 패기, 소신으로 버티기에는 검찰 조직의 정치적 편향성이 이미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검찰 내부의 권력을 향한 노골적인 복종과 충성 요구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그에 따르지 않으면 찍혀 나가거나 인사상 불이익이 따름은 물론이다.

검사선서가 무색해지는 갖은 일탈과 비위, 맹목적이고 노골적인 권력 유착은 검찰이 권력과 자본의 유혹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들인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나쁜 습성은 쉽게 전염되고 감염되는 법. 검찰조직을 향한 뿌리깊은 국민 불신이야말로 사정기관으로서의 검찰의 초라한 현주소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온 나라가 '박근혜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덩달아 이번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정 대변인이 지난달 26일 미르·K스포츠재단, 전경련 사무실 등에 대한 검찰의 뒷북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이 무엇을 밝혀낼 것이라 기대하는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강한 불신을 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 과정과 최순실씨의 소환 및 취조 과정에서도 또 다시 국민을 실망시켰다. 검찰을 컨트롤할 수 있는 민정수석에 정치검사 출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임명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검찰이 과거의 관성대로 움직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가기강을 추락시킨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다. 이 엄중한 사건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이 수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별도특검으로 가는 수밖에는 없다. 온 국민이 분노하는 '박근혜 게이트' 수사를 좀비 검찰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루라도 빨리 별도특검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이 보이는 정치·시사 블로그 ▶▶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