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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월호 특검법안 통과시킬 비책이 있다

지난 9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주최로 3차 청문회가 열렸다. 장소는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원래대로라면 이번 청문회는 국회 내에서 열렸어야 했다. 그러나 3차 청문회 역시 국회에서 열리지 못했다. 국회는 지난 1차와 2차 청문회 때도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국회가 주최하는 청문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청문회는 정부의 예산 지원조차 없는 가운데 열렸다. 특조위원들과 조사관들은 자비를 털어 청문회를 준비해야만 했다. 국회와 정부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우여곡절 끝에 열린 3차 청문회. 제대로 진행될 리가 만무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 길환영 전 KBS 대표이사 등 증인들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주언 KBS 이사, 장병수 언딘 이사 등 참고인들의 대부분이 청문회에 불참했다.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시한을 지난 6 30일로 못 박은 이상 특조위가 채택한 증인과 참고인들이 3차 청문회에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 이는 예상대로였다. 기소권은 고사하고 수사권조차 없는 특조위의 현실을 감안하면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은 애시당초 기대난망이었다. 게다가 정부와 새누리당은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해 왔던 터였다.



ⓒ 오마이뉴스



3차 청문회가 종료됨에 따라 이제 특조위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정부가 활동시한을 6 30일이라 통보한 터라 조사보고서 작성 기간이 끝나는 오는 9 30일 이후 특조위는 강제해산해야 하는 처지다. 곤궁하기는 지난 총선 전후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의 의지를 다져왔던 야당 역시 매한가지다. 여소야대 국면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회법에 가로막혀 있는 야당에게 출구전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이 처해있는 무력한 현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이고, 같은 당의 위성곤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발의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법 57 2항에 따르면, 여야가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는 사안에 대해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안건조정위원회의 활동 기한이 90일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90일 동안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오는 9 30일로 특조위가 강제종료되기 때문에 야당이 특별법을 개정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사라진다.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방문했던 야당 지도부 역시 이 부분에 고충이 있음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이 초당적으로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현재까지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정부의 무력화 방해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면, 이제 특조위가 국회에 요청한 특별검사제를 바로 가동토록 국회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의원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본회의 의결을 통해 특검의 수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 국회가 세월호 사건에 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국회의장에게도 이 문제를 직권상정해 특조위에서 하지 못한 조사를 특검에서 마무리하도록 비상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기실 세월호 특검은 그동안 유족들과 특조위에서 거듭 요구해왔던 사안이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특조위는 세월호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본래 특검안은 특별법 제정 협상 당시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특조위가 특검을 요구하면 이를 수용해 발동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시 특조위의 특검 요구안은 새누리당이 본회의 상정을 결사 반대함으로써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 오마이뉴스



특검을 주장한 유 의원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한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이 명확한 이상 그들이 특검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해 특별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새누리당의 특검 거부책을 깨트릴 수 있는 비책이 될 수도 있다.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방법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에만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는 무려 304명에 달하는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크나큰 사변(事變)이었다. 그러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던 대형 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중 '나라에 천재, 사변, 폭동 따위가 일어나서 공공의 안녕 및 질서의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사회적 혼란에 빠진 상태', 즉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이와 같은 사변으로부터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선결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전례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9대 국회 때 정의화 의장은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시키며 국가비상사태 조항을 적용시킨 바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믿고 있는 절대 다수의 시민들,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한 승객들과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아이들, 이 시간에도 지옥같은 고통과 아픔에 신음하고 있는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특검을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결단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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