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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저임금 1만원? 헬조선에선 어림도 없다

우리나라가 'OECD 50관왕'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이 소식은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일파만파로 번졌고, 급기야 주무부처인 통계청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통계청은 통계의 신뢰성과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인터넷에 유포된 내용 중 70% 가까이가 잘못되었다고 해명했다.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거나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통계청의 해명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조사 항목의 30%, 다시 말해 15개 항목 가량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라는 의미이기 때문이었다. 조사 항목의 상당 부분이 낮은 수치를 기록하거나, 1위에 근접한 지표들이 많다는 것도 논란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화제가 됐던 OECD 통계와 관련해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는 각종 지표들에서 우리나라가 대단히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닌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 임금격차, 가계부채 증가율, 남녀 임금격차, 산업재해 사망률 등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통계는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매우 척박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다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 더 있다. 2016년 기준 6030원을 기록하고 있는 최저임금이 바로 그렇다지난해 8 3일 발표된 OECD '고용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노동자 중 15% 가량이 최저임금 또는 그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국 중 역시 최하위다. 이는 문화생활은 고사하고 생계조차 위협받은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오마이뉴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내년 1 1일부터 적용되는 2017년도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법정시한인 오는 6 28일까지 매주 목요일 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간 의견을 조율 중이다. 현재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계와 경제상황과 기업사정을 고려해 동결해야 한다는 재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을 논할 때마다 정부와 재계의 입장은 늘 변함이 없다. 그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우리 기업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도 재계도 올바른 해법을 강구해야 옳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재계가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은 세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세계가 극심한 경제 위기의 주범인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불균형 성장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대기업의 압축 고도 성장이 사회 전체에 경제적 파급효과를 끼친다는 낙수효과 이론을 여전히 신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주요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 목소리가 노동계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 정부들은 앞다투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노동자의 소득이 증대되면 소비증가로 이어져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의 역발상인 분수효과 이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 확실히 달라졌다. 소득 불균형이 경제 성장을 주도한다는 이론, 다시 말해 낙수효과의 한계와 폐해가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낙수효과 이론은 개도국과 같은 압축성장이 가능한 국가에서나 유효한 경제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도 환경도 달라졌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경제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OECD IMF를 비롯해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초래한 경제 위기를 분석하면서 부의 독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4 OECD '소득 불평등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불평등 해소가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고, IMF 역시 2014 4 '재분배와 불평등, 성장' 보고서에서 부의 편중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IMF 2015 6월 보고서에서 '소득 상위 20%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낙수효과가 줄어들면서 국내총생산(GDP)은 중기적으로 하락했다. 소득 하위 20%의 소득 점유율이 높아지면 국내총생산은 더 커졌다'고 밝혀 소득불균형에 따른 불평등 해소야말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불가결의 요소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나라 밖에서는 기존의 경제 흐름을 대체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지고 있는 중이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흐름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압축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를 맹신하는 성장론자들이 경제 정책을 주도하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 우파 시장주의자들은 대기업의 압축 성장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내세워 노동자의 희생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는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대표적이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쉽게 말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안대로라면 파견법,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조건 완화,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한다. 집권세력의 경제 철학이 바뀌지 않는 한 각종 사회·경제 지표들은 지금보다 뒷걸음치고 노동자 서민의 삶도 덩덜아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란 의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세계의 흐름은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리고 그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경제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각국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있는 이유는 하위 계층의 소득 증대가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폐기되어야 마땅할 신자유주의의 독배를 여전히 마시고 있는 중이다.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이에 따른 양극화 문제는 전세계가 직면해 있는 공통된 화두다. 그러나 이 화두를 풀어가는 해법은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우리는 이 극명한 대비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양극화의 폐해를 최소화 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관건은 국가 정책과 경제 정책을 세우고 운용하는 집권 세력의 철학이 어디에 있느냐다.

현재 노동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운용하는 집권세력에게 글로벌 경제 흐름을 읽는 안목과 역량, 그리고 그에 준하는 노동 감수성이 반드시 구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현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8000~9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본다면 '최저임금 1만원'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음의 하나로 모아진다.

'정권을 교체할 것'


어쩌면 이 방법이야말로 노동계의 숙원인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의 집권 이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노동 환경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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