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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의 진수를 보여준 정의당의 슈퍼파워

지난 2012 5월 제19대 국회 개원을 얼마 앞두고 제2의원회관이 완공됐다. 기존의 의원회관 보다 두배 가량 넓은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였다. 2의원회관은 18819600만원(국회 주장)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벽면의 90% 이상이 유리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바닥에는 대리석까지 깔려있는 등 공사 초기부터 초호화 시설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화려한 겉모습 못지 않게 의원들을 위한 내부 환경도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 의원 한 명당 사무실 면적이 기존의 25평 보다 2배 가량 늘어난 45평으로 넓어졌고, 주차공간도 의원 1명당 3.6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지하 5층의 위용을 자랑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좌관실 면적도 기존보다 두배 이상 커졌고, 없었던 회의실과 창고까지 생겼다. 35억원을 들여 소파와 가구, 사무실 집기 등을 구입하는가 하면 본관 로텐더홀의 카펫 구입을 위해서는 15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기존의 제1의원회관에서도 의원실 2개를 합치는 확장공사가 진행됐다.

저급하고 치졸한 막장 정치를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회가 이처럼 화려하게 겉치장에 열을 내는 사이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속은 남아 나지 않았다. 국회와 정치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에서는 이들을 향한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국회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궁색한 해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정치권 역시 착공 당시에는 침묵하고 있다가 완공 이후에야 무거운 입을 열었다.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그제서야 '회관이 국민들 눈에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시늉만 했던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9대 국회는 그렇게 출범했다.


ⓒ 오마이뉴스



지난달 30일 제20대 국회가 개원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제3의원회관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강자에는 한없이 비굴하고 약자에는 더없이 매정한 인간의 비루함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국회사무처는 업무공간 부족을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과 노동조합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국회의 청소용역을 담당하는 두성시스템에 통보했다. 퇴거 대상은 한국노총 국회환경노동조합 사무실로 사용되던 본관 252호실과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인 256호실이다.

하루 아침에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처지가 된 국회환경노조는 지난달 23 "국회사무처는 노조와 협의도 하지 않고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퇴거 요청을 했다" "노조 사무실은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며 남성 휴게실은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단호했다. 그들은 "20대 국회가 3당 체제가 되면서 2층에 있는 정당 사무실이 이전보다 부족해 불가피하게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30일까지 사무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과도 같은 생존법칙은 국회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국회사무처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원들이 머무는 공간을 청결하게 관리해주던 청소노동자들은 졸지에 노조사무실과 휴게실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졌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초호화 의원회관을 완공할 여력은 있으면서도 쾌적한 공간에서 의원들이 입법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청소노동자들의 공간은 마련해 줄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웃픈' 현실인 것이다



ⓒ 뉴시스


그런데 청소노동자들의 딱한 사연을 접한 정의당이 그들을 적극 돕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식당에서 청소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 20대 국회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그는 이 자리에서 "저희들이 노력할 것이고, 혹 일이 잘 안되면, 저희 사무실을 같이 쓰자" "저희 정의당이 국회에 있는 한 여러분들이 외로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내대표로서 약속드리겠다"고 청소노동자들을 위로했다.

지난 총선에서 원내 4당에 그친 정의당은 현재 국회 사무실이 반토막이 난 상태다. 기존에는 60평 정도의 사무실을 사용해 왔지만 20대 총선 결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3곳으로 늘어나면서 30평이 채 안되는 공간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정의당은 비좁은 공간에서 국회 업무를 봐야 하는 고단한 처지가 됐다.

넓고 웅장한 의원회관 안에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고 주장하는 국회사무처와 힘없는 청소노동자들의 방패가 되기로 한 정의당의 행보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정의당의 분투가 전해지자 시민들은 격려와 환호로 화답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회사무처의 갑질에 분노하는 한편 정의당의 '정의로움'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의당을 향한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은 정의와 상식이 여전히 변치않는 시대 정신임을 환기시켜 준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며 동시에 소외받고 차별받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두루 살피는 것에 있다. 거대 정당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일을 원내 6석에 불과한 정의당이 솔선수범해 보이고 있다. 국민이 처해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것을 그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툭하면 민생타령에 여념이 없는 거대 정당들이 정의당을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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