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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가주의의 습격,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 4 9일을 '사법사의 암흑의 날'로 정했습니다. 그들이 이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된 '인혁당 사건'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1974 7 11일 당시 비상보통군법회의 제1심판부는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32명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중 도예종, 김용원, 여정남씨 등 8명은 1975 4 9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된 지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조작한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입니다. 지난 95 '근대 사법제도 100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현직 판사 315명이 꼽은 우리나라 사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재판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정희 유신독재시절은 국가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국가권력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가능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사법살인이자 국가폭력이었던 '인혁당 사건'은 당시의 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내 줍니다.

체제의 존속과 안녕을 절대가치로 생각하는 국가주의자들은 국가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합니다. 시민을 향한 물리적 폭력조차 그들은 국가와 체제에 대한 충성이며 신념으로 인식하는 것이죠.

국가의 존립과 체제의 안녕을 지향해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국가주의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시민의 권리와 늘 충돌할 수밖에 없고 언제든 공공의 적으로 규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 시대는 박정희가 곧 '국가'였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박정희 체제에 대한 반기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국가는 국토와 국민, 정부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공동체적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국가에 대한 이 정의가 국가주의자에게는 통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국가란 공동체적 개념이 아니라 권력자, 권력, 체제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국가주의의 DNA가 주류 기득권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곳입니다. 민주정부 10년의 잠복기를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국가주의의 유산들이 지배한 사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시민사회로부터 '국가걱정원'이라 비난받는 조직 국정원이 국가주의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국정원은 정치권력을 위해 정치에 개입하고, 민간인을 사찰하고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고, 심지어 민주주의 체계와 헌법질서까지 유린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국가의 존립과 체제의 안녕을 신봉하는 국가주의자들의 원형 그대로입니다. 박정희를 위해 존재했던 중앙정보부의 현생이 바로 국정원인 것입니다.


지금 정국은 정부여당이 강행하려는 테러방지법으로 인해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이 법안의 문제는 수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국정원은 태러방지법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던 조직입니다. 따라서 독소조항이 제거되지 않은 테러방지법은 그들에게 무시무시한 흉기를 쥐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테러방지법을 단순히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가주의의 DNA를 탑재한 정부여당과 저널리즘을 망각한 언론이 만들어낸 참상입니다. 대중은 언론이 작정하고 만들어낸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그들이 간파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국가주의자들은 용공사건을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해 왔던 것입니다.


범죄집단들은 언제나 음지를 지향합니다. 노출된 공간이 아닌 폐쇄된 공간에서 은밀하게 범죄행각을 벌이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국정원은 그동안 범죄조직과 대단히 유사한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국정원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시민들을 감시하고 사찰할 수 있게 됩니다. 집회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더욱 위축되게 되고 국가주의자들의 전횡 역시 기승을 부리게 될 것입니다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우리는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테러방지법 속에 '테러 방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치명적인 독수가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저들의 노림수대로 '테러 방지'에 촛점을 맞추는 순간 우리 자신은 국가로부터의 '테러'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맙니다. 테러방지법으로 국가권력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언제든 무장해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상당수가 서슬 퍼런 유신철권통치로 민주주의의 싹을 짓밟고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시켰던 독재자를 '반인반신'으로 추앙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유신체제의 후예들이 여전히 원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며,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결사적으로 지연시키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분투도 국가주의의 맹폭 앞에서는 지극히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가주의의 습격에 맞서려면 결국 시민들이 분연히 일어나야 합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가 어떻게 확장되고 강화되어 왔는지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 길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시민의 목을 겨눌 테러방지법을 거부할 권리가 시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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