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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국인들은 왜 샌더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지난 1일 실시됐던 미국 아이오아주 코커스 최종개표 결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버니 샌더스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49.8% 49.6%의 개표결과가 말해주듯 초박빙의 승부였다. 결과적으로 클린턴이 승리를 했지만, 그러나 누구도 샌더스가 패배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결과주의의 맹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 장면에서 나는 샌더스에 기대하는 미국인들의 간절함과 염원을 읽는다.

75세의 고령이자 사회주의자인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그가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샌더스가 클린턴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노구의 사회주의자가 태풍과도 같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지금 샌더스 광풍에 휩싸여 있다.



ⓒ 오마이뉴스


미국인들은 왜 샌더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미국의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은 지구상에서 신자유주의가 가장 만연해 있는 나라이다. 그 결과 부와 교육의 불평등이 극심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가 극단에 이른 국가이다. 특히 국민 대부분이 천정부지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건강 관련 지표들이 바닥을 치는 나라이기도 하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소득 불균형이 미국 역사를 통틀어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상태이며, 상위 1%가 하위 90%의 소유를 합친 것만큼의 부를 축적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샌더스는 바로 이 부분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극에 달한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시스템의 문제이며, 따라서 국가가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 오마이뉴스


샌더스의 정치 철학은 독점 자본으로 무장한 소수의 부자들과 기득권의 특권에 맞서 절대 다수의 서민과 사회적 약자, 중간 계층의 사회 경제적 평등을 이루는 데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이 기성 정치와 기득권에 맞서고 있는 샌더스의 정치적 리더십에 빠져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그동안 많는 사람들이 샌더스 열풍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매달려 왔다. 샌더스의 이력과 철학을 조명한 책들이 출간되는가 하면, 샌더스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글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적으로 말해서 샌더스 열풍은 극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바로 잡으려는 다중(多衆)의 간절한 염원이 분출된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극심한 불평등과 차별, 가난과 빈곤이 되풀이되는 암울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다중의 몸부림인 것이다.



ⓒ 오마이뉴스


샌더스는 경쟁자인 클린턴으로부터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공화당으로부터는 극단주의자라고 공격받고 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샌더스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달라진다. 그러나 다중의 입장에서 보면 샌더스는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자에 불과할 뿐이다. 극소수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선 너머에 다중의 고단한 현실이 놓여 있기 때문에 그렇다. 


샌더스 열풍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지성을 지닌 이 노구의 사회주의자가 기적의 드라마를 써 주기를 고대한다. 그에게 투영된 다중의 강렬한 열망이 현실에서 꽃피우는 모습을 꼭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다중의 간절한 염원과 갈망이 기성체제를 무너뜨리는 것, 그것이 바로 시민혁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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