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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명숙 구속한 검찰, 다음은 권은희?

한명숙 전 총리가 결국 구속됐다. 지난 20일 대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한 전 총리는 어제(24)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날 한 전 총리는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위해 상복을 입었다" "죽은 사법정의를 살려내달라고 부탁드린다"는 소회를 남겼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지난 8년 동안 가장 빈번하게 들어온 말이 '근조 민주주의' '근조 사법정의'같은 말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 세월호 참사, 통합진보당 해산 등등의 크고 작은 시국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는 죽고 또 죽어야만 했다.

참으로 질긴 목숨이며 운명이다. 죽어도 죽어도 죽지 않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야말로 진짜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죽을 때마다 불법과 부정이 가려지고 누군가가 구속되고 또 누군가는 사라져 간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탈바꿈되고 피해자가 어느새 대역죄인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 기막힌 페이스오프가 일어날 때마다 민주주의는 속절없이 죽어야 했다. 그 때마다 사법정의도 따라 죽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죽었다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어느새 다시 슬그머니 부활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죽었다 믿었던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날 때마다 정의와 양심, 원칙과 소신에 따라 움직인 사람들이 다시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검찰총장과 윤석열 팀장, 삼성 떡값을 폭로했던 노회찬 전 의원, 국정원 사건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검찰의 표적이 되어야 했던 한 전 총리 등이 모두 죽었다 되살아난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희생양이다.

물론 부활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 덕에 목숨을 건진 사람도 여럿 된다. 국정원 사건의 공범들인 원세훈, 김용판, 좌익효수 김하영이 그럴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을 불법유출한 김무성, 정문헌, 서상기, 권영세 등도 이에 해당된다.

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이완구, 홍준표, 김기춘, 이병기,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서병수 등도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며, 사자방 비리의 실질적 몸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현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절대로 죽지 않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사법정의의 최대 수혜자들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가 죽어서가 아니라, 사법정의가 죽어서가 아니라 죽지 않아서 문제인 것이다. 형태와 무늬만 갖춘, 겨우 숨만 붙어있는 유사 민주주의와 싸구려 사법정의가 진짜 문제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한 전 총리를 구속시킨 검찰이야말로 유사 민주주의와 싸구려 사법정의를 이 땅에 정착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사망 선고를 받을 때마다 검찰이 늘상 깊숙이 개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한 전 총리의 구속에도 검찰의 집요한 표적수사가 결정적이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지난 8년 동안 검찰이 움직일 때마다 이 땅 민주주의의 싹은 하나 둘 잘려 나갔다. 언제부터인지 정치놀음에 푹 빠져 있는 검찰은 정권과 권력의 충실한 파트너가 되기로 단단히 작정한 듯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 이후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 전 총리를 구속시킨 검찰의 다음 타겟은 누가 될까. 아마도 그 다음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은희 의원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검찰이 권은희 의원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아직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지난 대선의 불법선거 의혹을 이참에 완전히 잠재울 수 있게 된다. 권은희 의원의 구속은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정통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수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또한 권은희 의원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야권 전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이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2009년 말부터 한 전 총리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과 동일한 수법이다. 당시 검찰 수사로 한 전 총리는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고 결국 선거에서 0.7%의 차이로 아깝게 패배했다


권은희 의원 흠집내기 역시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야권에서 '권은희'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해 보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권은희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 검찰의 행보로 미루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는 또 한번 죽어야 되고 우리는 다시 한번 허탈감과 좌절감에 허우적거려야 할 지도 모른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유명을 달리할 때마다 벌어지는 이 참담한 현실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죽지 않는 민주주의와 사법정의가 이 나라 의인들의 씨를 말리고 있다. 훗날 역사는 어쩌면 이 시대를 이렇게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정의와 양심, 원칙과 소신,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던, 유사 민주주의와 값싼 사법정의가 판을 치는 어떤 이상한 나라가 있었다고 말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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