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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책임의 극치 보여준 최경환의 궤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던 6명의 총리 후보자 가운데 가장 흠결이 많다"고 했을 정도로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된 후보자였다. 그럼에도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는 지난 12일 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채택됐다. 전관예우, 병역의혹, 탈세 등 야당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3대 의혹뿐만 아니라, 청문회 자료제출 지연과 변호사 시절의 사면로비 의혹, 편향적인 역사인식과 종교관 등 최악의 공직후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황교안 후보자가 국회인준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구성된 인사청문특위의 인적 구성 때문이다. 현행 인사청문제도는 아무리 함량 미달의 부적격 후보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심사경과보고서의 채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제(16일) 여야는 황교안 후보자의 국회임명동의안 처리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새누리당 조해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황교안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일정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탓이다. 새누리당은 18일 시작되는 6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 앞서 17일까지는 인준표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야당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황교안 후보자의 의혹들에 대해 해명과 유감표명이 있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8일 대정부질문 전에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황교안 후보자의 사과와 해명, 재발방지를 위한 3개 관련법(인사청문회법, 변호사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약속이 전향적으로 이루어지면 처리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으나 새누리당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공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열리는 재협상을 통해 극적인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으나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남은 쟁점은 새누리당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과연 단독표결을 강행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7일에는 반드시 총리인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이 끝까지 거부하면 국회의장을 설득해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단독표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야의 대치국면이 이어지며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준이 미뤄지자 청와대와 정부의 몸이 바짝 닳았다. 이는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메르스를 비롯한 각종 국정 현안들이 적체되고 있는 것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회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정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를 보다 못한 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그는 어제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직후 국회를 맹비난했다. 불과 몇 시간 전 국무회의를 통해 차분하고 완곡하게 총리인준을 부탁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국회가 총리 인준을 하지 않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

"현재 메르스 및 가뭄 등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국무총리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

"국회가 정부에 대해 '컨트롤 타워가 없고 무대책'이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

"어느 나라 국회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고 (이같은 국회의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


이날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의 발언은 상당히 직설적이었으며 원색적이었다. 강도높은 작심발언을 통해 국회에 조속한 국회인준 처리를 압박하는 동시에 그동안 쌓여왔던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이 노출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발언 곳곳에서 자가당착과 궤변의 흔적이 발견된다. 국민을 무시하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국무총리가 수 개월째 공석인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에게 국회를 비판할 자격이 과연 있는 것인지, 무책임의 극치를 누가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그 어떤 공직자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따라서 후보자가 총리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의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황교안 후보자는 그 누구보다 흠결이 많은 후보자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전관예우, 병역의혹, 탈세, 변호사 시절의 로비의혹, 편향적인 역사인식과 종교관 뿐만 아니라 후보자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자료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와 대한민국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했고 무시했다.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 당사자는 국회가 아니라 황교안 후보자다.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의 지적처럼 대한민국은 현재 해결해야 할 국정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국무총리가 없는 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국민들이 반대했던 '비리 종합선물세트'인 이완구 총리를 누가 임명했는지 그는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불량 완구'라 낙인찍힌 부적격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당사자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청와대와 정부에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고위공직자가 몇이나 되나. 굳이 국무총리 공석의 책임을 따져 물으려면 국회가 아니라 부적격 인사만을 고집스럽게 중용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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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판의 자격을 운운하는 것도 적반하장이 따로 없는 태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사건과 사고들에 정부 대응이 적절했다고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만 보더라도 국가위기 상황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미 정부 스스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자기고백도 한 마당에 "컨트롤 타워가 없고 대책이 없다"라는 비판을 면하겠다는 것은 후안무치의 궁극을 보는 것만 같다. 


국가와 국민을 위기로 몰아넣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큰 사건과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도 지지도 않는다. 세월호 참사야 말로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을 보여주는 비근한 예다. 300명이 넘는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태만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불확실한 예측과 부정확한 정보들만 늘어놓을 뿐 어느 한사람 떳떳하게 실책을 인정하고 책임을 거론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무책임의 극치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궤변은 상대편의 사고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대는 논법이다.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의 발언은 궤변의 사전적 정의에 지극히 충실하다. 끊임없는 사건·사고들과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향한 국민들의 비난과 분통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의 인식은 이 정부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지 알 수 없는 이유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저히 고위공직에 나갈 수 없는 무자격자를 임명시켜 주지 않는다며 불같이 성내고 있는 그가 도대체 어느 나라의 국무총리 대행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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