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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보야, 문제는 이완구 총리가 아니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가 대한민국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애초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던 8명의 현직 실세 정치인 외에도 검찰은 얼마 전 성완종 회장의 로비장부 속에서 7~8명의 야당의원들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성완종 회장의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국회의원의 숫자만 무려 22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는 사건이 검찰의 수사에 따라서 여지껏 보지 못했던 불록버스터급 정치스캔들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성완종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메모 육성파일에서 출발한 사건의 국면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애초 성완종 회장의 메모 속에는 김기춘(10 달러), 허태열(7), 유정복(3), 홍문종(2), 홍준표(1), 부산시장(2), 이완구, 이병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후에 이름 미상의 부산시장은 서병수 시장으로 밝혀졌고, 돈의 액수가 적혀 있지 않았던 이완구 총리는 3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가에 핵폭풍을 몰고 '성완종 리스트'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완종 회장이 건넨 불법정치자금의 성격으로 미루어 크게 둘로 나눌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해진 자금은 모두 대선과 관계되어 있다. 그리고 김기춘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건내진 불법정치자금은 개인 후원의 성격이 짙다.

성완종 회장이 전달한 불법정치자금의 최종 기착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김기춘 비서실장, 허태열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을 하나로, 이완구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이병기 비서실장을 다른 하나로 묶을 수도 있다. 전자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되어 있고, 후자는 각각의 개인들이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조금 특별하다. 성완종 회장과의 각별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회장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없다. 육성파일에서도 회장은 그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사람들 현재 가장 곤경에 처해있는 인물은 단연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다. 이완구 총리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 조차 총리직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정도로 언론으로부터 연일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중이고,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굴욕적으로 출국정지를 당하기까지 하는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다.

필자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만큼 특별히 이를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유독 두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검찰과 언론,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사건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완구 총리의 종횡무진 맹활약과 다수 대중에게 밉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덕분으로 '성완종 리스트' 두 사람이 주도하고 있는 개인비리 사건으로 규정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단순히 기업인의 전방위적인 불법정치자금 로비만으로 치부할 없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 담겨져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해진 자금의 성격이 바로 그렇다.

성완종 회장이 유명을 달리하기 직전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저들에게 제공된 자금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깊은 연관이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건네진 7억원은 지난 2007 한나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그리고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건네진 2억과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전해진 3억과 2억은 지난 대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돈이다.

지난 2012 대선에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각각 조직총괄본부장, 직능총괄본부장, 당무조정본부장으로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성완종 회장이 건넨 7억원의 불법자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전용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성완종 회장 역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기가 썼겠나, (2012) 선거에 썼지"라며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건넨 2억원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분명하게 밝힌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치른 차례의 지난 대선에서 모두 불법대선자금이 사용되었다는 의혹은 자체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정치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은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기만 하다.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대통령 선거에서의 불법정치자금 사용 의혹 어느 쪽이 위중한 우선 수사 대상에 해당될까. 지독한 우문이다. 둘은 비교의 대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드리워진 의혹들이 소매치기 수준에 불과하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되어 있는 의혹들은 특수강도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정작 검찰과 언론야당과 시민사회가 무엇보다 먼저 파헤쳐야  의혹은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받고 있는 개인비리 의혹이 아닌 것이다'성완종 리스트'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들은 마치 의혹의 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꽹과리를 쳐대고 있는 형국이나 마찬가지다


관련글 ▶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는 '성완종 게이트' (클릭)


 '성완종 리스트'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정원 사건과 묘하게 닮아 있다. 국정원과 다수의 국가기관이 대선에 불법개입한 국정원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을 떼어 놓고는 도저히 퍼즐을 맞출 수 없는, 전대미문의 국기문란 사건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에서 철저하게 제3자적 위치를 고수했다. 스스로도 그랬고, 집권여당, 검찰 등도 그녀를 외따로운 곳에 고이 모셔 두고 사건에 대응했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들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해서 지난 대선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제3자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측근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난관에 휩싸인 대통령들은 한 둘이 아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처럼 뻔뻔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은 일찌기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데로 이완구 총리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는 것 같다. 논란을 만드는 대통령과 그 논란에서 언제나 비껴나 있는 대통령. 유체이탈도 이쯤이면 신의 경지다. 

(이완구 총리는 결국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의 사의에 대해 보고받았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유체인탈의 진수를 다시한번 보여주었다. 그녀는 총리의 고뇌는 보이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느끼지 못하는가 보다)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먼저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인 허태열 전 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그리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하는 대로 저들에 대한 입장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도리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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