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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푸른 눈의 외국인, 세월호를 말하다

일년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 나라를 충격과 함께 큰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양 뉴스 속보를 챙기고 SNS 확인하면서 기적이 일어나 주기를 염원하고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안에 가만히 있으라" 안내 방송에 따라 내에 머물렀던 승객들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무려 295명의 희생자들과 9명의 실종자들을 남긴 세월호 참사 더욱 끔찍했던 것은 침몰의 과정이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TV 화면을 통해 안에 갖힌 사람들의 생명이 꺼져가는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앞에서 펼쳐진, 공포영화보다 공포스러운 현실은 사람들의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압도적인 슬픔에 빠져있을 유가족들 위해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진심어린 위로의 메시지를 건냈습니다.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사람들은 날을 절대로 잊지말자며 다짐하고 다짐했습니다. 바로 일년 우리는 건국 이래 최악의 참사 앞에서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그로부터 일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 왔건만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디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를 사이에 두고 우리사회는 극명하게 양분되어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세월호를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세월호는 언제쯤 우리 곁에 온전히 돌아오게 될까요.





어제(9) 지인으로부터 SNS 통해 세월호와 관련된 소식 하나를 전해 받았습니다. 소식은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니 뜻밖에도 그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었습니다. 자기 나라의 일도 아닌데 그는 세월호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사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 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헵번 퍼레이입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그가 세기의 배우이자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월호 기억의 ' 조성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자신이 '세월호 기억의 ' 조성하려는 지를 진지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탐욕이 있고, 선원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공감할 있는 인권의 문제다.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해봐야 한다"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법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술 수준이 발전한 나라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개도국과 같은 상황에 놓일 있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점이 있다" 비극을 잊지 말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드리 헵번 어린이 재단' 설립자이자 영화감독인 션 설명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가 세월호 참사를 '인권의 문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시선으로 본다면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지독한 냉대와 멸시, 조롱과 천대는 도저히 이해할 없는 광경입니다. 그가 세월호의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과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비유하는 사람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향해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마냥 부끄러워 집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습니다.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의 보편적 정서가 완전히 무너진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죠. 추모 분위기가 지겹다는 말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달 되던 무렵부터 줄기차게 터져나오고 있는 소음이자 공해입니다. 국가와 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망각한 저렇게 말하는 것은 폭력이며 유린입니다.

"개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다" 대목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의 지적대로 세월호 참사는 선박의 운행에서부터 사고 대응에 이르기까지 후진국에서나 있는 안타까운 대형참사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일년 동안 세월호 참사의 수습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보여준 모습은 또 어떠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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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는 무능과 태만 무책임으로 일관했으며,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집권여당의 비협조 끝에 파행으로 끝났습니다. 또한 세월호특별법 처리과정에서도 집권여당은 국정조사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은 잇딴 망언으로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베와 보수단체들은 끊임없이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향해 망언과 망동을 일삼고 있고, 최근에는  세월호 인양을 두고 유가족들이 삭발까지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지난 일년의 사고 수습과정을 돌아보면 후진국도 이런 후진국이 없습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승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압도적인 공포보다 무시무시한 진짜 공포는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보여준 장면 장면들은 우리에게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며칠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어제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인 헵번 퍼레이도 '세월호 기억의 ' 조성하겠다며 5천만원의 성금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습니다.

사람 모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공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공원을 만들려는 목적은 하늘과 땅차이 만큼이나 극명합니다.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잊기 위해 공원을 만들자고 하는 반면, 푸른 눈의 외국인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세월호 추모 공원이지만 만드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성격이 이렇게나 달라집니다.

'세월호 기억 숲'을 만들겠다는 푸른 눈의 외국인은 우리사회에 인격을 가진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과 세월호를 잊으려 하는 사람들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정치 이전에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인격을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형체를 지닌 부품으로 살 것인가. 바닷속 심연으로부터 세월호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속해서 묻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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