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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진태 의원의 망언과 국회의원의 품격

지난 2013 11 10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은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인 토픽스( topix)의 포럼 부분에서 'hot topic'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토픽스는 24시간 뉴스 속보를 전하는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한달 동안 달리는 댓글이 무려 2억개에 달하는, 네티즌들의 실시간 댓글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전세계의 각종 뉴스를 다루는 토픽스의 포럼 부분을 뜨겁게 만든 장본인이 대한민국 국회의원 김진태 의원이라는 사실이 꽤나 흥미롭다. 토픽스 포럼 부분을 'hot'하게 만든 남자 김진태, 당시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날 토픽스는 코리아헤렐드의  Park protestors will pay price: Saenuri lawmaker-새누리 국회의원이 박근혜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정식뉴스로 올려놓았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중인 11 3일 파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시위’가 열린 것과 관련해 “시위한 사람들,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 법무부를 시켜 채증 사진 등 관련 증거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함께 게재했다

 

관련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여론은 물론이고 동포사회가 후끈 달아올랐다. 뿐만 아니라 '김진태 발 파리 망언'으로 명명된 이 이슈는 전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사람들은 김진태 의원의 발언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협박이자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외국인들은 대통령 반대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사진을 채증하고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 벼르는 대한민국 우익 정치인의 인식에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국 대통령을 비난하고 반대시위를 여는 것이 정치적으로 문제될 것이 전혀 없음에도 이 사내는 해외동포들의 대통령 반대시위에 "그걸 보고 피가 끓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걸요"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무엇이 그토록 그를 분기탱천하도록 만들었을까





우리는 이 사내가 정치인이기 이전에 공안검사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의 이력은 '파리 망언'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 준다. 공안검사에 대해 사전적 지식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라면 여전히 이해불가의 상황이겠지만 공안검사가 뭐하는 자들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상황은 '한 큐'에 쉽게 정리가 된다. 공안검사로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저항하는 수많은 청춘들의 사상검증을 도맡아 온 그가 대통령 반대시위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는 협박과 엄포를 놓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건의 주임검사는 서울대 법대 92학번으로, 96년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낸 진모 검사였다당시 서울대 총학생회는 PD계열 운동권이었다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에 운동권 출신, 그러니까 공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이냐?" -2013 617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국회 법사위 법무부 현안보고에서

 

"미치도록 친북이 하고 싶다. 최고 존엄이 다스리는 주체의 나라에서 이런 짓을 할 리 없다. 미치도록 대한민국이 싫다. 대한민국 정부가 하는 것은 다 조작이다 = 정청래 생각너의 조국으로 가라 = 진태 생각" -2014년 무인기 논란 과정 중 정청래 의원에게 


"민변이 없어져야 우리 사회가 정말 민주사회가 된다. 변론활동을 빙자한 반역행위를 하고 있다" - 2014년 12일 국회 법제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불행하게도 이 사내의 머리 속에서 세상은 온통 흑과 백,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다양한 사상을 받아들이기에 이 사내의 뇌는 지극히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이며 즉물적이다. 당연히 사유와 철학, 이성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사유와 철학, 이성이 없으니 자신이 보는 세계만이 절대선이요, 성역인 것으로 인식한다. 이 사내가 토해낸 수많은 망언들은 빈곤한 철학과 집나간 이성이 빚어낸 한심함 그 자체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동안 줄곧 세월호의 인양을 반대해 온 사람답게 그는 세월호 인양 불가론을 다시 한번 들고 나왔다. 그는 작년 11월 13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양과정에서 추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며, 시간 역시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양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공안검사 시절의 김진태와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진태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 정권의 수족이 되어 정권의 가려움을 긁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둘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동소이하다. 공안검사 시절 '운동권'을 솎아내던 그가 이제는 국민들의 사상검증을 하는 한편 세월호 참사의 흔적마저 솎아내려 하고 있다. 이 기막힌 장면을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지난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김진태 의원의 활약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공안검사 출신답게 새누리당 내의 대표적인 '색깔론'의 진원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의 입을 통해 생산된 '색깔론'의 파편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에 지면이 벅찰 정도다. 어쩌면 이 사내의 생명력은 수 십년이 지나도 변치않는 일관성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불법선개개입을 진두지휘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던 검찰을 향해 "운동권 출신 검사가 공소장을 작성했기 때문에 공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공소장에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운동권 출신 검사는 공소장을 작성하면 안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나 그 장면은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합동분양소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세월호 즉각 인양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을 향해 1박 2일간의 도보행진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인양에 반대하는 김진태 의원을 향해 "김진태 XXX야"를 외치며 가슴 속에 맺혀있던 분노를 마음껏 터뜨렸다. 이 소식을 들은 김진태 의원은 즉각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월호 유족들이 저에 대해 원색적인 욕설을 했네요"라는 트윗을 날렸다. 자신이 유족들에게 내뱉었던 망언들은 안중에도 없이 세월호 유족들에게서 원색적인 욕설을 들었다며 징징거리는 이 사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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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포스팅 하는 내내 하나의 질문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다.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과 공안검사 출신 국회의원 중 누가 더 이 사회에 필요악인가. 나는 다음 총선에는 유권자들이 이 질문의 답을 꼭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과 의회 민주주의는 적어도 몇 단계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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