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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찰의 개사료 굴욕과 위기의 민주주의

공권력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입니다. 최고의 권력인만큼 당연히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극강의 권위가 부여됩니다. 아무리 시민권이 만개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지라도 공권력이 시민권 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가 행사하는 공권력이 정당하게 집행이 될 경우'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정당치 못한 공권력에 시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정당성을 상실한 공권력은 그 자체로 '국가폭력이자 사회악'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당성 없는 공권력이 시민들의 권익을 어떻게 억압해 왔는지 지나온 역사를 통해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박정희 군사독재시절 자행된 수많은 용공조작 사건들과 인권유린전두환 신군부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철권통치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대의정치체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권력은 시민들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일 뿐입니다그러나 박정희와 전두환의 경우처럼 이를 사용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공권력은 시민권을 억압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당치 못한 권력은 언제나 공권력을 체제의 안정과 정권을 안정시키는 도구로 사용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사용되는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최근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전단지를 뿌린 시민활동가에 대해 경찰이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경찰이 시민활동가의 자택을 수색하고 아내가 운영하는 사무실에 느닷없이 들이닥쳐 동영상을 촬영하고 압수수색을 한 겁니다특히 영장도 없이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직원에 대한 얼굴을 채증하는 행위는 경찰의 과잉충성이 빚어낸 한심한 풍경입니다.

공권력이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성과 형평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경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전단지가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활동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전단지를 살포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는 것은 그들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보수단체의 대북전단살포는 '표현의 자유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 유인물의 유포는 안된다는 논리는 궁색한 자기변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일관성과 형평성이 없는 공권력에 '권위'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권위'는 사라지고 '조롱' '경멸'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사회활동가 박성수씨는 요즘 박근혜 정부와 경찰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습니다자신이 지난 1 2일 박 대통령의 정책과 시국을 비판하는 전단지 4000장을 제작해 아파트 우편함과 차량에 뿌리거나 시민에게 나눠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그가 제작한 전단에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02 5월 방북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과 함께 '박근혜도 국가보안법 철저히 수사하라',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종북', '정윤회 염문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지난 12일 군산시 산북동 집과 전단을 제작한 곳으로 추정되는 인쇄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고 전단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습니다박성수씨의 분노는 바로 이 지점에서 폭팔했습니다그는 공안몰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항의하며 지난 15일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개 사료'를 뿌렸습니다이미 경찰의 출석요구서에 출석 대신 '개 사료한 포대를 보낸 바 있던 그가 이번에는 직접 '개 사료'  뿌리며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를  연출한 것입니다.


경찰의 공안몰이와 표현의 자유 탄압에 대응하는 그의 방식은 신선함과 재기로 넘쳐납니다시민들로부터 '정권의 개'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의 행태를 조롱하는 데 있어 이만한 퍼포먼스가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경찰로서는 시민의 '조롱'과 '경멸'이 담긴 대단히 '굴욕'적인 장면입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대다수가 다윗을 응원하는 것은 그가 약자이기 때문이지만그가 올곧은 신념으로 가득찬 용기있는 소년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한 사회활동가의 분노에 시민들의 아낌없는 찬사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시민들은 부당한 공권력에 맞선 그의 용기와 정의감을 주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박성수씨의 '개사료' 퍼포먼스에 희열을 느끼며 찬사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은 비단 박성수씨의 경우만이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또 다른 사회활동가의 경우와 같이 박근혜 정부의 시민권에 대한 억압과 탄압에 맞서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찰을 받거나 수사를 받는 등 공권력에 의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당치 못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공권력을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사용합니다따라서 시민권이 크게 위축되거나 침해받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환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전두환의 신군부의 철권통치에 맞서 시민들은 1987 6월 항쟁을 통해 (비록 절반의 성과에 불과했지만대통령직선제를 일구어 냈습니다만약 당시의 시민들이 불의와 부당함에 침묵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대통령이 체육관에서 뽑히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을 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당치 못한 공권력 사용으로 사회활동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의 권익이 크게 훼손받고 있습니다. 시대의 불의에 저항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정의감과 용기는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씨앗과도 같습니다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호해야 할 시대 정신입니다특히 사회활동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와 인권시민권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시민들이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합니다. 


결과가 초라하다고 해서 그 과정까지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키내는 것,  그 수혜를 누리고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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