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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꼬리무는 의혹들, 이완구도 위험하다?

일주일 뒤인 오는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신임총리 후보로 내정되어 있는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이같은 상황은 그를 총리후보로 내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완구 후보자 스스로에게도 매우 당혹스러운 장면입니다. 


각종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이완구 후보자가 과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인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들과 앞으로의 전망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한 이완구 후보자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총리 후보군에 늘 이름을 올리던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에도 총리 후보로 언론에 거론된 적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개각과 관련해 늘 유력한 총리 후보로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충남도지사와 3선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쌓아놓은 정치적 자산과 내공이 상당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그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꽉 막혀있던 세월호 정국을 풀어냈고, 12년 만에 새해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야당과 공무원연금특위와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빅딜'을 성사시키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신임 총리 후보로 내정한 것은 4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관록과 경륜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 심각한 노이로제가 걸려 있습니다. 따라서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검증된 이완구 후보자의 신상이라면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 인사참사의 '흑역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또한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완구 후보자는 신임 총리 후보자로서 별다른 결함이 없는 최적의 적임자였던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대로 야당 역시 그의 내정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언론플레이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행정경험과 정무적 판단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는 국면을 뒤흔들만한 결정적인 사유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통과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완구 후보자의 총리 임명이 기정사실이라는 의미나 마찬가지입니다. (검증에 앞장서야 할 당사자로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를 논하는 것은 오늘 포스팅의 본질과는 벗어나는 부분이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이완구 후보자의 총리 임명에 걸림돌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하더니 감추어졌던 과거의 의혹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의혹들은 과거에 국민들이 고위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해서 늘상 보아왔던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현재 이완구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은 크게 둘째 아들의 병역기피,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완구 후보자가 눈물까지 흘려가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습니다만 국민들의 시선은 점점 더 싸늘하게 식어만 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면밀하게 검증한 것만으로도 부동산 투기와 논문표절은 의혹이 아닌 사실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자녀의 병역기피 의혹 역시 보충역 판정의 핵심 근거가 되는 지난 2005년의 미시간대 병원과 서울대병원의 MRI사진을 인사청문위원회에는 제출하지 않아 의혹이 해명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공론입니다. 이완구 후보자측이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공개한 자료는 병역면제의 사유와 그 결과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병역면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의 과정입니다. 의혹을 완전하게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2차, 3차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의 2005년 자료가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완구 후보자의 과거 이력 중에서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경찰에 몸담고 있을 당시인 1980년 그가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파견되어 근무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입니다.


당시 국보위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멈추게 한다고 할만큼 악명이 높았던 전두환 신군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회정화와 교화를 명목으로 무고한 시민들까지 강제연행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거나 반병신으로 만들었던 삼청교육대를 주도한 곳도 바로 국보위입니다. 그런데 이완구 후보가 당시 이곳에 근무했었고, 이 공으로 보국훈장광복장까지 받았으니 국민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과거 국보위에서 무슨 일을 했던 것일까요?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해야 할 부분입니다. 


과거 국민의 정부시절인 지난 2002년 첫 여성총리로 발탁된 장상 이화여대 총장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자녀의 이중국적 의혹 등으로 당시 한나라당의 결사반대에 막혀 낙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한달 뒤 새로 총리 후보로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역시 같은 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이번에는 세금 탈루와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이완구 후보자에게도 자녀 병역 기피 의혹과,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중 부동산 투기와 논문표절은 그의 변명이 무색할만큼 명확해 보입니다. 여기에 과거 악명높던 전두환 신군부의 국보위에 몸담았던 전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막장인사 종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있게 내놓은 이완구 후보도 '역시나'인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3월 11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가 막중한 과제들을 잘 해 나가려면 인사가 중요하다.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앞으로 인사가 많을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그녀의 주문대로 그 이후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철학을 공유하겠다며 내세웠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민들의 눈밖에 났다는 것입니다. 범위를 좁혀서 총리후보자만 보더라도 김용준 후보자부터 시작해서, 안대희 후보자와 문창극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는 한참은 모자라는 사람들 일색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있게 내놓은 이완구 후보자는 드러난 의혹과 과거의 전력으로만 보자면 본다면 당연히 결격사유에 해당합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초정밀 현미경 검증의 잣대대로라면 이완구 후보자는 총리의 문턱에도 올라갈 수 없는 후보입니다.



 


이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녀가 국정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임명한 고위공직자들이 하나같이 문제 투성이의 사람들 뿐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무엇이길래 그녀가 고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람들 뿐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무엇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만, 그녀의 국정철학이 배 부른 돼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배 부른 돼지들이 국정을 운영하는 나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배고픈 소크라테스 보다 배 부른 돼지들이 국정의 요직에 두루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 동안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와 정치권이 달라질 것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난망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국민들이 배 부른 돼지들을 걸러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점점 더 그들만 살기 좋은 나라로 변질되어 갈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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