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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상급식 흔드는 홍준표의 위선과 기만

2013년 2월 26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의 폐업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는 폐업의 주된 이유로 '만성적자'를 손꼽았다. 공공의료기관을 폐업하겠다면서 뜬금없이 수익성을 들이민 것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시장주의자다. 시장주의자답게 그는 의료 역시 효율성과 수익성을 창출해 내야 하는 시장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그의 철학은 "공공의료는 적자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라고 인식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진주의료원을 적자라고 해서 문을 닫으면, 늘 적자인 마창대교도 끊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공공의료기관의 적자는 관용의 대상이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공공성이 핵심가치인 공공재에 시장주의의 잣대를 적용시키려는 그의 도발은 각계각층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안팎에서 '공공의료 죽이기'란 비난이 빗발치자 그는 영민하게도 작전 변경을 시도했다. 그는 "공공의료를 빙자해 진주의료원을 강성노조의 행방구로 만들어 도민의 혈세로 노조원들만 배불리게 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반한다"라며 애꿎은 노조원들을 볼모로 삼았다. 


그의 전략은 중앙정치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치인답게 노련하고 치밀하며 영악했다. 그는 '강성노조', '해방구' 등의 자극적인 수사를 동원해 가며 판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덕분에 6년 동안이나 임금을 동결하고 그것도 모라자 6개월 동안 임금마저 받지 못하고 있던 노조원들은 졸지에 강성노조, 귀족노조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그리고 '공공의료 죽이기'란 비난을 받던 상황이 '노조'의 문제로 변질되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명분에서 밀리던 싸움이 보수-진보의 프레임 대결로 뒤바뀌면서 보수층의 결집과 여론의 분위기 반등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사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의 이유로 꼽은 '만성적자'와 '강성노조' 프레임은 그 근거와 논리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이 오만한 행정가의 독선 앞에 논리와 근거 따위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진주의료원은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보궐선거로 경남지사에 부임한 홍준표 지사는 100년이 넘도록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데 앞장서 온 진주의료원을 불과 5개월 만에 폐업시켜 버렸다. 이 모든 과정이 홍준표 경남지사의 독단에 의해 전광석화와 같이 속전속결로 벌어졌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경상남도에서 확실한 아성을 구축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번에는 무상급식을 문제삼고 나섰다. 뼈속까지 시장주의자인 그에게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급식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범죄다. 지난 3일 그는 "감사없는 예산은 없다. 원칙에 따라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다시 한번 정국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다. 2010년 지방선거의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한판 대결에서 보편적 복지가 대승을 거둔 이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던 보편적 복지의 상징을 홍준표 경남지사가 흔들어 보려는 심산인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한 표면적인 이유는 박종훈 교육감이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를 거부한데 따른 반발이다. 그는 "교육청이 독립된 기관이라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예산도 독립해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도교육청에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서민 자제와 소외계층의 교육사업 보조금으로 직접 집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으로 번져가는 무상급식 논란에 기름을 부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전략은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와 똑같다. 그는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면서 표면적으로 만성적자를 내세웠지만 역풍에 휩싸이자 '강성노조', '해방구' 등의 자극적인 수사를 동원하는 괴벨스급 대중선동을 보이며 교묘하게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논쟁으로 국면을 끌고 갔다. 


이번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논란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박종훈 교육감의 감사거부를 그 이유로 내세웠지만 결국 그 속내는 공공서비스라면 무조건적으로 화학적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시장주의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재정이 채무로 파탄지경인데 진보좌파 진영에서 무상파티를 계속하자는 것은 빚잔치를 계속 하자는 것이다. 무상급식으로 교육재정도 파탄지경인데 무상교육을 지방채를 발행해서 시행하라고 하는 교육부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도 그리스로 가자는 것인가?"라며 이번 논쟁 역시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와 동일하게 보수와 진보진영의 프레임 싸움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본질은 철저하게 숨겨 국민을 기만하고, 비열한 정치적 수사들을 나열해 가며 사실을 왜곡하는 궤변마저 당시와 닮아도 너무나 닮아 있다.  


관련 글 무상급식 보육논란, 본질은 이것입니다 ◀ (클릭)


관련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최근 정치적으로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 간의 누리과정을 둘러싼 보육 논란과 급식논란은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이 악화되어 발생한 문제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주장처럼 좌파진영의 무상파티로 인해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적 압박은 4대강 사업, 자원 외교, 방산 비리 등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집권 7년 동안 무분별하게 국민혈세가 낭비된 국정사업들로 인해 발생했다. 그 기간 동안 무려 100조 원이 넘는 세금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수십년 동안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잘못된 국정운영과 부정 비리 등으로 증발해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적반하장과 아전인수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여당의 핵심 실세 의원으로, 당 대표로 이같은 혈세낭비의 책임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책임감을 느껴야 할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뻔뻔스럽게도 오히려 더 당당하기만 하다. 특히 무상급식으로 교육재정이 파탄날 지경이고, 무상급식과 그리스의 재정파탄을 접목시키는 대목에선 가히 혹세무민의 대가다운 면모마저 엿보인다. 이쯤이면 대중을 선동하는 교활함이 목불인견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무상급식으로 교육재정이 파탄났다는 주장은 화살 한 방에 만리장성이 무너졌다는 소리와 대동소이하다. 또한 무상급식과 그리스의 재정파탄을 연계시키는 것은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표리부동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대중은 이처럼 뻔한 거짓말에도 쉽게 흔들릴 만큼 정보에 취약하다. '국가재정 파탄', '무상파티', '빚잔치' 등의 자극적인 수사 앞에 보육과 급식논란을 유발시킨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책임은 교묘하게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는 효과가 있다. 놀랍게도 이 치졸한 방법은 정략적으로 언제나 상당한 성과를 발휘해 왔다. 정치와 사회의 제반문제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대중이 언론과 방송이 뽑아내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타이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무상급식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정치적 이슈를 선점해서 보수세력의 결집을 유도하는 한편, 국가재정위기를 보편적 복지 탓으로 돌려 보수정권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그 여세를 몰아 차기대선까지 노려보겠다는 심산으로 비춰진다. 이미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며 대중선동가로서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던 경험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은 국가의 의무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권리에 대한 그의 지독한 위선과 기만, 오만과 편견이 고스란히 묻어난 결과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시민의 기본권을 갉아먹는 정치인의 위선과 기만, 오만과 편견을 제도권 정치에서 걸러낼 만큼 이성적이지도 성숙하지도 못하다. 공공재의 시장편입 우려를 표하며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던 70%에 가까운 경남도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다시 한번 선택했다. 어디 경남도민들뿐인가. 이명박 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과 각종 부정 비리에 경기를 일으키던 국민들 역시 또 다시 박근혜 정부를 선택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심각하게 훼손되고 위협받는 현실을 자초하고야 말았다. 


역사는 결국 시민권과 정치권력 간의 끊임없는 충돌의 연속이다. 정치권력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권을 제약하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한다. 시민권을 축소시키려는 정치권력의 비루한 속성을 간파하고 이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이 싸움은 언제나 정치권력이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싸움이다. 나쁜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시민들의 권리와 권익을 빼앗아 갈 것이다. 위선과 기만으로 무상급식을 흔드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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