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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월호 인양 논란에 담긴 불편한 진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가결되었다. 참사 후 206일 만에 통과된 세월호특별법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오는 19일 공포될 예정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우여곡절. 나는 이날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눈 앞에서 황망하게 스러져간 고귀한 생명들 앞에서조차 우리 사회는 무섭도록 비정했고 지독하게 매몰찼으며 끔찍하게 잔인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향한 망언과 망동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며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가슴 속에 연일 비수를 꽂았다. 이 대열에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 방송인, 교수, 성직자 등 사회저명인사들도 대거 가담했다. 


그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위기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이 사람들에 의해 유가족들과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은 선동세력이 되기도 하고, 불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미개인이 되기도 해야만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월호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작업도 종료됐다.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희생자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 남겨졌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만으로도 벅차기만 한데 이제는 그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가능성조차 희박해졌다.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이보다 서러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번에도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유가족들은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된다"며 수색종료를 요청했다. 이는 선체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잠수사들의 안전과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유가족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용단을 내렸고 이로써 세월호 참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세월호특별법 국회통과에 이어서 선체 수색마저 종료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선체인양 여부로 모아졌다. 정부는 일단 기술적인 검토와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 의견 수렴,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극히 원론적인 정부의 입장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지면 정부의 입장은 여론에 따라 선체인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대단히 의뭉스럽다.  


애초 수색이 장기화되면서 수색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선체인양의 필요성을 제기한 쪽은 정부와 새누리당이었다. 지난 9월 4일 해양수산부의 김영석 차관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계에 도달한 후에는 배를 (인양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두기는 어렵다"며 수색종료와 인양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세월호특별법 국조특위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 역시 여야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마무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0월 1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침몰 원인과 책임 소재를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도 인양은 불가피할 텐데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종합대책을 촉구한다"며 인양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장이 세월호특별법 통과와 수색종료에 따라 다시 뒤집힌 것이다. 





그들의 정확한 속마음을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는 어제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양과정에서 추가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며, 시간 역시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로 정국이 시끄러울 때는 국면타개를 위해 선체 인양의 필요성을 슬그머니 꺼내들더니, 특별법이 통과되고 수색중단이 결정되자마자 이제는 인양 무용론을 들이민다. 당리당략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되고, 정치공학에 따라 극과 극으로 뒤집히는 저들의 변죽을 이해하기란 상식의 잣대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세월호특별법 국조특위위원장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언행들을 여러차례 보여주었던 심재철 의원조차 침몰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2년이 걸리든 5년이 걸리든 선체를 인양해서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침몰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해소기키기 위한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을 하겠다면서도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건너 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선내 수색 종료 선언으로 세월호 국면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뜻을 기만하고 우습게 보는 오만하고 후안무치한 행태가 궁극에 달한 느낌이다. 





비록 반쪽짜리에 불과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의 당위는 법안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참사의 진상규명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포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세월호특별법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해서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들과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다. 이 대의를 위해 유가족들이, 국민들이 미흡하기 짝이 없는 법안에 동의해 준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역시나 염불보다는 젯밥에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정부는 이미 끝내고 있었어야 할 기술적 검토와 전문가 의견 등 원론적인 부분을 거론하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려 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인양 무용론을 슬슬 부추기며 간보기에 착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에 이른 이 순간까지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국정조사에서도, 세월호특별법에서도, 그리고 선체 인양에 대해서도 저들의 태도는 늘 한결 같았다. 심지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던 박 대통령조차 이제는 세월호의 '세'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저들에게는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말도 안되는 상황들은 도무지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정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진실은 부당하게 감추어지고, 보편적 상식마저 무시당하기 일쑤인 대한민국이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에게, 그들의 유가족들에게 그리고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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