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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민정-오세훈' 빅매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 머니투데이

 

민주당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사실 오늘 이 주제로 칼럼을 쓰려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못쓰게 됐다. 조금 아쉬워서 짧게 요점만 추려본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고민정 대 오세훈의 매치업이 이뤄진 순간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지만 고민정은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다.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하고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치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오세훈에 한참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도 고민정은 오세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무상급식 몽니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기는 했지만 오세훈은 풍부한 행정 경험과 화려한 정치 이력을 자랑하는 자타공인 야권 잠룡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당 전당대회에서도 수도권에서 선방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비해 고민정은 스타 아나운서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는 사실 외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사실상 정치 신인이라는 얘기다. 정치 커리어, 경험, 인지도, 전투력, 노련미 등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오세훈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되는 이유다.

고민정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고민정은 문재인 정부의 노선과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문재인 캠프 대변인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것부터가 남달랐다. 고민정은 문재인을 통해 정치의 방향과 철학이 같다는 확신과 믿음을 봤다고 했다. 잘 나가던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정치에 입문하게 된 배경이다.

이후 고민정은 청와대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거치며 문 대통령의 스파커 역할을 하게 된다. 양날의 검이지만, 문재인 프리미엄은 고민정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묻지 않은 신선함과 패기, 열정도 주목해야 한다. 고민정은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밀려들던 어느 일요일 출근길,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려 72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가 기사님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힘드시죠? 기운내세요!’라며 캔커피를 건넸다"며 "완성된 줄로만 알았던 내 꿈은 아직 미완성이었다. 이제 그 그림을 내손으로 완성해 보려한다" 고 출사표를 던졌다.

사람의 '품성'은 그 사람의 말과 걸어온 발자취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법이다. 고민정은 아나운서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에 맞서 방송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가 문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도 언론자유를 위한 관심과 의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아나운서 시절 보여주었던 따뜻한 감성과 배려는 시인 남편과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거론하지 않아도 그의 됨됨이를 쉬이 짐작하게 한다.

문재인의 입으로 살아온 26개월 역시 고민정의 품격과 인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이들 밥줄을 쥐고 정치적 몽니를 부렸던 오세훈, 무분별한 전시행정으로 서울시를 빚더미로 내몬 오세훈, 고 노회찬 의원을 욕보이는 막말을 서슴치않던 오세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광진을이 추미애 장관이 내리 5선을 기록할 만큼 민주당 강세 지역인 것도 고민정에게는 유리하게 작동할 공산이 크다. 총선에서는 지역정서가 당락을 크게 좌우한다. 추미에 장관이 다져놓은 지역기반을 잘 활용한다면 다윗(고민정)이 골리앗(오세훈)을 거꾸러뜨리는 파란을 기대해봄직 하다. 물론 이 모든 걸 고려한다 해도 55대 45 정도로 오세훈이 유리하다고 본다. 

 

그러나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처럼 정치는 생물이다. 나는 정치는 적어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의 영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입이 아닌 '가슴'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4월 15일 목련꽃마냥 환히 웃은 그의 함박웃음을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