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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어산지의 경고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주진우가 줄리언 어산지를 만났다? 2012년 '나꼼수'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의 이면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시사IN'의 주진우 기자와 각국 정부나 기업 등의 기밀문서를 공개하는 내부고발자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묘하게도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이 둘의 조합은 웬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 정치의 비루한 속성을 누구보다 깊숙하게 꽤뚫어 보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난다고 했을 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 몹시 궁금해졌다. 이 둘의 만남 그 뒷 이야기가 어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주진우 기자의 질문에 어산지가 답하는 현식으로 진행된 이들의 만남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어산지의 날카로운 식견과 통찰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권력에 의한 사이버 검열 논란 및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어산지의 정확한 사태 인식과 혜안이 빛을 뿜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고 냉철했으며 명확했다. 그의 진단 중 특히 공감이 가는 몇부분을 옮겨 보겠다. 


▷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빨갱이'로 매도되고 있다. 


"권력자들이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위해 진실의 전파자들을 공격하기 마련이다."


▷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대통령의 명예가 더 소중하다라고 여기고 있다. 


"때로 (박근혜 정부처럼) 정부가 권위를 지키겠다며 앙앙불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인터넷이나 북한과 갈등을 빚어야 자신들의 권위가 강화된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여하튼 많은 기자들과 NGO 관계자들이 현재 한국 상황이 상당히 비민주적이라 일러주어서 알고 있다."


▷ 한국 정부의 사이버 통제와 검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인터넷 검열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이런식으로 검열 문화가 자리잡으면 상당수 시민들은 이에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하고 익숙해지기 쉽다. 나아가 정부와 독점 기업의 권한 남용 및 부패를 파헤치는 진짜 저널리즘까지 공격당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검열독재가 도래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 정부의 검열이 두렵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두려워하지 마라. 검열하는 자야 말로 나약한 자다. 그들은 진실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검열하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무서운 것이다. 검열의 욕망은 나약함에서 나온다."


어산지는 이밖에도 한국의 대미 의존성, 한국정부의 대북한 전략, 카카오톡 사태, 한국언론의 저널리즘 실종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치부를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또 없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대한 어산지의 통렬한 지적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아프다. 


주진우 기자와 어산지의 인터뷰 대부분은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사이버 검열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검열이란 공권력이 어떤 내용의 표현이나 공개를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위키백과에서 인용) 

그렇게 본다면 2014년 대한민국은 확실히 신()검열의 시대이며 자기검열의 시대다. 이 표현에 당신이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드러나는 현상들은 작금의 시대가 검열의 시대임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 이후 검찰은 신속하고 기민하게 전담팀을 꾸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걸러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말이 좋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지 사실상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이자 으름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다음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에 대해 사찰과 감청은 물론이고 개인신상 정보와 대화내용까지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자 정부의 사이버 검열 조치에 반발해 2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을 시도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들은 2014년 대한민국이 신()검열의 시대임을 작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자기검열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자기검열이란 공권력의 통제와 위협을 의식해 스스로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정부와 정치권의 부정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정치·시사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자기검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글의 제목은 물론이고 사실에 기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꼼꼼하게 그 수위를 살핀다. (필자가 어산지의 경고에 특히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를 응원하는 분들이 보내주신 후원금 중 상당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따로 챙겨두어야만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권력의 폭주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행위는 침해당해서는 안되는 시민의 권리이자 특권임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의 통제와 위협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반응이자 대응이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위축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산지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퇴보 현상과 정치권력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시민권익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무언가 획기적인 대안과 방법을 기대했다면 아주 맥빠지는 뻔한 지적이다. 그러나 때로 뻔한 것들 속에 특별하고 명확한 해답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어산지의 뻔한 지적에 담긴 함의를 성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시민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개선시켜 왔는지, 과거의 경험들을 들추어 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각성과 주체적 행동만이 대한민국 정치를 둘러싼 불량스런 공기를 몰아낼 수 있는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급속도로 기울어 있는 정치권력과 시민권력 사이의 무게 저울추를 되돌릴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이 불의한 시대를 종식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키다. 역사가 이를 분명히 증명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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