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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보 수집의 끝판왕 주광덕, 취득 경위는 '아몰랑'

ⓒ 중앙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국회에 '데뷰'했습니다.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은 조 장관의 국회 입성기는, 그러나 험난 그 자체였습니다. 국회 대정부질문은 야당의 파상공세 속에 한차례 정회되는 등 소동과 파행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자유한국당은 정회를 틈타 긴급의원총회까지 열었습니다.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26일 국회 본회의장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벌써 두 달 가까이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분위기는 냉랭하고 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작부터 파열음이 났습니다.

조 장관이 신임 장관 인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려하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의원들의 거센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이들은 조 장관이 단상에 오르자 일제히 의자를 돌려앉는 보이콧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이후에도 야당의 날선 태도는 계속됐습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 호칭을 생략한 채 "법무부를 대표해서 나오세요"라고 했고,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은 조 장관을 "피의자"라 지칭했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을 "조 후보자", "조국 전 민정수석", "피의자 조국" 등으로 부르며 법무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정부질문 도중 회의가 정회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시작할 무렵 압수수색 중인 검사 팀장에게 전화통화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조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습니다.

조 장관이 "압수수색을 시작하고 난 뒤에 제 처가 매우 안 좋은 상태에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줬다"며 "제 처가 정신적·육체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태여서 좀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압수수색에 대해서 어떠한 방해를 하거나 지시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국당은 거센 야유와 함께 긴급의총을 위한 정회를 요청했고, 이날 사회를 본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본회의장에서 여야 간의 거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정부질문 도중 열린 의총에서 한국당은 조 장관에 대한 탄핵과 함께 직권남용 고발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한국당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이 있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검찰 수사팀장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법이며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전화통화를 해서 뭐 잘해달라, 이건 명백한 수사 개입이다. 직권 남용이고 명백한 외압"이라며 "지금 법무부 장관은 개별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하게 돼 있다. 이건 탄핵 사유"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당의 공세에 더불어민주당도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은 조 장관과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담당 검사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주 의원과 검찰의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며 역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대정부질문 직후 열린 의총에서 "오늘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 장관이 검찰 압수수색 팀장과 통화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피의사실을 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검찰발 정보제공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데, 3명만이 알 수 있는 이 내용을 어떻게 주 의원에게 전달됐는지 명백히 밝혀달라"면서 "만일 검찰 내부에 정치권과 거래하는 어둠의 세력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 뉴스1

 

주 의원은 앞서 지난 3일 개인신상정보가 담겨있는 조 장관 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공개해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현행법은 학생과 학부모 동의 없이 생기부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가 어떤 경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 의원의 손에 들어간 것입니다.

생기부 불법 유출 논란이 거세지자 주 의원은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수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주 의원이 불법 유출된 생기부를 취득한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 의원은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유출된 생기부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치공세를 펼친 셈입니다.

문제의 생기부는 조 장관 딸과 검찰, 한영외고 교장과 교감, 행정직원이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주 의원에게 건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생기부 불법 유출 사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에 있고, 주 의원은 교원단체 등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입니다.

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혼인 무효 결정문'을 공개해 도마 위에 오른 적도 있습니다. 안 후보자가 낙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혼인 무효 결정문' 논란에도 주 의원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2017년 6월 11일 주광덕 의원은 안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해 중요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안 후보자가 과거 사귀던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혼인 무효 심판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주 의원은 그 증거로 서울가정법원의 판결문을 제시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주 의원이 법원행정처에 해당 판결문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지 8분 만에 문건이 전달됐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 의원 측과 법원행정처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적법한 절차로 입수했다는 주 의원의 해명이 있었지만, 판결문 입수 경위와 적법성 논란은  한동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고 지금까지도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안 후보자 낙마에 결정타가 된 '혼인 무효 결정문', 조 장관 딸의 생기부,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와의 통화 내용에 이르기까지 주 의원은 제3자가 알 수 없는 은밀한 내용을 계속해서 폭로하면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검찰 출신 주 의원의 정보력이 새삼 놀랍기만 합니다. 

한국당은 조 장관의 행위를 불법이라 규정하며 탄핵과 함께 직권남용으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담당검사와 통화한 것은 (그 이유야 어찌됐든) 조 장관 스스로가 인정한 것처럼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조 장관의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도 법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주 의원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미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그간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여러 차례 폭로해왔던 주 의원이 조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검사와의 통화 사실마저 공개했습니다.

궁금합니다. 주 의원이 대체 어디서, 누구를 통해, 어떤 절차로 개인의 사생활이 담겨있는 내용들을 입수할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주 의원은 그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합니다. 검찰 역시 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에 제기하는 유착·내통 의혹에 대해 명백하게 소명해야 합니다.

아울러 조 장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생기부 불법 유출 사건과 함께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와의 통화 사실을 취득하게 된 경위 역시 역시 신속하고 철저한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표적·편파 수사 논란, 피의사실 유포 시비 등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검찰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커져만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