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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 발언 맞냐"는 보수야당..'총풍사건'은 어쩔텐가

ⓒ 뉴시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분통을 터뜨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해 "긴 세월 동안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발언하자 발끈하고 나선 것.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적화통일을 목표로 한 남침으로 벌어진 한국전쟁, 이후에도 통일은 뒷전인 채 미사일 도발과 핵 개발에만 치중하며 인권존중은 포기한 북한과 대한민국이 동등하게 잘못했다는 의미가 아니여야 할 것이다"라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거래대상으로 삼아 정치적 밀당을 자행해온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비열한 시도조차 두둔하는 것은 이산가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말은 바로해야 된다고 이산가족 상봉이 안 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듣기 좋으라고 또 저런 소리를 하나보다 싶다가도 한숨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요컨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일 테다. 보수야당의 비판은 남북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이런 야당을 상대로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상호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으니 펄쩍 뛸 수밖에.

 

그렇다면 보수야당의 과거 행태는 어땠을까. 반공을 국시로 삼던 박정희 정권은 장기독재의 서막을 연 유신을 선포하기 직전 북한 당국에 관련 사실을 두 차례나 통보했다. 이 사실은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외교문서 등을 통해 밝혀졌다.

 

박정희 정권은 겉으로는 반공을 앞세워 국가 안보를 강화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과 교감하며 장기집권을 획책했던 것이다. (절묘하게도 유신헌법과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1972년 12월27일 같은날 제정됐다).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현재의 한국당+바른미래당)측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총을 쏴달라며 도발을 부탁한 이름하여 '총풍사건'은 또 어떤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의 사과 없이는 어떠한 대화나 타협도 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정권이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 비밀접촉을 갖자'고 간청한 것,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고 구걸한 것은 또 어떤가.

 

어디 이뿐인가.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박근혜가 그해 9월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국가대표 축구 경기와 관련해 보여준 행태 또한 곱씹어 볼 만하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의 자서전에는 당시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정 전 의원은 자서전에서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약속했는데 태극기를 들자 박근혜가 불같이 화를 냈고, 붉은 악마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자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적고 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박근혜는 2014년 3월28일 '드레스덴 선언'에서 "거대한 분단의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래는 꿈꾸고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첫째,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해 가야 한다. 둘째,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했다.

 

어떤가. 이 모두가 문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고 있는 보수야당이 적대국가이자 주적인 북한을 상대로 벌여온 짓들이다. 보수야당의 논리대로라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반국가적 행태를 그들 스스로 해 온 셈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딴지를 걸고 있는 보수야당의 행태가 고약하면서도 씁쓸한 건 그 때문이다. 비판을 하려면 그에 앞서 과거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명쾌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은 언제나 정치적 '상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더욱이 지금은 역사적 대전환기에 서있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신뢰와 호혜의 원칙을 바탕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그러나 이 나라 보수야당은 이를 한사코 거부한다. 격동의 시기, 한반도 평화와 남북 번영, 통일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딴지를 건다. 정략적인 관점에서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냉전시대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신 내통, 총풍사건 등과 드레스덴 선언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 만큼이나 간극이 크다.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펴는 정당, 국가와 민족의 이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정당이 득세하는 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은 기대난망이다.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진 지 어언 70년, 대한민국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이유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