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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은 '조국'을 택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숙고하고 있는 것은 후폭풍을 우려해서일 테다. 이유야 어쨌든, 조국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팽배한 것은 사실이니까. 나경원이 "이러고도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다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는 오짓 한 길밖에는 없다. 지명 철회를 한다 해서 왜곡된 여론(1)이, 야당(2)이, 정치검찰(3)이 달라질 리 때문이다.

 

(1)은 대대적인 사법·검찰개혁, 제도 및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얼마든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청문회 전후로 뒤바뀌고 있는 여론지형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2), (3)은 다르다. 먼저 (2).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한국당이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고수하고 있을 때, 민주당은 추경안 처리와 각종 개혁·민생 입법을 위한다는 구실로 국회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정개·사개특위 등 특위 활동을 연장하되, 한국당 몫의 위원장을 배분하겠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는 이미 오랫동안 지속된 장외투쟁으로 한국당을 향한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던 참이었다. 백기투항이 유력해 보이던 찰나, 민주당이 기어코 똥볼을 찼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제 풀에 넘어지는 형국에서 민주당이 출구가 보이지 않던 한국당의 숨통을 열어준 것.

 

그 이후의 과정은 모두가 안다. 국회에 복귀한 한국당은 기세등등 연일 반대와 몽니를 고집하며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횟수만 무려 19 차례.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한국당은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판만 되풀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당이 국회에 들어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

 

말이 상생이고 협치지, 이런 것들은 장상적인 공당하고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누구인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했던 집단이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부정선거를 획책한 정권이다. 정권 탈환을 위해서라면 안할 것이, 못할 것이 없는 정당과 국회정상화가 말이나 되는 얘긴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외려 전보다 더한 대정부 투쟁이 펼쳐질 것이다. 국정운영의 주도권이 한국당에 넘어가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동력은 급속도로 사그라들 것이 뻔하다. 그들은 국정의 동반자가 아니라 전복 세력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다는 뜻이다.

 

다음은 (3).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며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을 너무 모른다. 저는 (이 사건) 실체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유례없는 신속한 수사 개시와 기소만으로도 그 뜻은 너무나 명확(하다)"고 적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역시 "익숙하긴 한데 너무 노골적이라 당황스럽다"며 "어떤 사건은 중앙지검이 1년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들에 대해서는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치는 모습은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다"고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검찰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검찰의 행태는 '윤석열'이 검찰개혁에 마음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을 인정하지 않겠다, 검찰개혁을 반대한다는 명징한 선언인 셈이다. 지금까지의 드러난 사실로 보자면,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공화국의 완성이 윤석열의 목표이자 이상이라고 보면 크게 틀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길은 외길이다. 조국을 임명해도 문제, 임명하지 않아도 문제라면 임명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싫든 좋든 조국과 대통령은 운명공동체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함께 동행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자고 사선을 넘어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 조국을 버리면 문재인, 조국 둘 다 죽는다. 그러나 '조국'을 택한다면, 시련은 있겠지만 적어도두 사람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는 뜻이다. 

 

문재인은 과연 어떤 떤 길을 택할 것인가.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